해외 유명상표 패션 기업과 종교·복지단체 등 비영리법인이 외부감사를 받고 투명하게 기업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내용으로 추진돼 온 법률 개정안이 원안에서 대폭 후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다국적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챙기는지 정확히 들여다볼 기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뉴스프리존=진훈 기자]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유한회사와 비영리 법인 등도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금융위원회의 법률 개정안이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며 수정을 주문했다. 이미 성실하게 외부 감사를 받는 다른 기업에까지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구찌·루이비통·샤넬코리아 등 해외 명품 회사들과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맥도날드 등 다국적기업의 한국 지사는 처음 국내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주식회사였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모두 유한회사로 바뀌었다.
당시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와 거의 구별이 없어졌지만 주식회사와 달리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거나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현재 샤넬 코리아와 루이뷔통 코리아 등 이른바 명품 회사들은 모두 유한회사여서 외부 감사를 받거나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위원회는 또 종교나 복지단체 같은 비영리법인의 회계처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다른 부처의 규제와 중복될 수 있다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다만 자산 총액 1조 원 이상인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에 상장사 수준의 회계 규율을 적용하는 안은 처리했다. 따라서 새 개정안이 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상장법인과 똑같이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이날 규개위에서는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더 철저히 묻도록 한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도 무산됐다. 원안은 부실감사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을 포함해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해 감사보수 세 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