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문해청 기자]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씨에 대한 원청과 하청업체의 사망사고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 보고서는 시간 순서에 따라 김 씨를 찾는 과정과 상황을 서술한 것일 뿐 사망 사고의 발생 원인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김 씨가 왜 구동 모터 안으로 들어갔는지, 왜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는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등 70개 단체로 구성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2∼6시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원청인 서부발전, 태안화력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유족과 함께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현장 조사 결과,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도 부실하게 사고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에 낙탄 제거 업무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며 "서부발전에서 승인한 한국발전기술의 작업지침서 등을 보면 유지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김 씨가 한 낙탄 제거 업무가 포함돼있다"고 덧붙였다.〈YTN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고(故) 김용균씨의 부모와 평소 함께 일했던 동료가 나와 태안화력발전소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에 대한 원청과 하청의 사망 사고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눈물 바다가 된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 故 김용균님 어머니의 기자회견문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속 썩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이쁘기만 해서 아까운,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만 보고 삽니다. 아이가 하나뿐입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저희가 무슨. 아무 희망도 없고. 이 자리에 나온 건, 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규명 하고 싶어서입니다.
어제, 아이 일하던 곳을 갔었습니다.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 없어도,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이런 데 안 보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습니까. 저는 아이가 일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제는 기계가 서있어서 그나마 앞이 보였습니다. 동료들 말로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잘 안 보이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아들 일하던 곳은 밀폐된 곳이었습니다. 먼지가 너무 날려서 후레시 켜도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 안에 머리를 넣어 옆면을 보고 석탄을 꺼내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컨베이어벨트가 중간에 있었습니다. 아들 사고난 장소에 동그랗게 말려있었습니다. 그게 위력도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고 들었어요.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니,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동료들 말이 또 있었습니다. 아들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장에서 모습이 어땠냐고. 머리는 이 쪽에, 몸체는 저 쪽에, 등은 갈라져서 타버리고,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있다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이런 꼴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평생을 이런 데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리 아이가 그 일을 했다 생각하니, 당했다 생각하니, 사진도 보고 동료들의 말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지. 옛날에 우리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알리고 싶어 나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일이 탄을 꺼내 위로 올려야 했습니다. 그 양이 열 명이 해도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아이 두 동강 난 걸 사진도 보고, 이야기도 듣고, 이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해도 같은 상황일겁니다. 아들이 일하던 곳, 정부가 운영했잖아요.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저에게는 아무것도 소용 없습니다. 명예회복, 그거 하나 찾고자 합니다. 아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면요. 도와주십시오.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로만입니다. 저는 못 믿습니다. 실천하고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 두서 없는 말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