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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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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12/19 07:07 수정 2018.12.20 00:15
송(宋)나라 태종 때 강직하고 후덕했던 명재상 여몽정(呂蒙正 : 944~1011)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글에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를 알고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에는 어떤 성숙함이 보입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들의 카페 [덕화만발]의 문을 연지 10년입니다. 만약 제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급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 오늘날의 덕화만발 카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인연이 도래(到來)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마음, 그 마음에는 세상의 순리(順理)가 담겨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야말로 <지성여불(至誠如佛)> 정신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작은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려고 합니다. 서두름의 끝은 절망이나 낙담이 아닐까요?

서두르다 스스로 무너지는 사람은 시절인연(時節因緣)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때를 알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은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지성여불>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시절인연을 아는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들은 다만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예단(豫斷)하지 않습니다.

송(宋)나라 태종 때 강직하고 후덕했던 명재상 여몽정(呂蒙正 : 944~1011)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글에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저녁(朝夕)에 있을 화(禍)와 복(福)을 알지 못한다. 지네(蜈蚣)는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蛇)을 따르지 못하고, 닭(鷄)은 날개가 크나 나는 것은 새(鳥)를 따르지 못한다. 말(馬)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못하며, 사람은 구름을 능가하는 높은 뜻(志)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강태공(姜太公)의 곧은 낚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절인연을 기다린다는 뜻이지요. 태공망(太公望) 강상(姜尙 : BC 1211~BC 1072)은 사망할 때까지 나이가 139세에 달했다고 합니다. 주(周)나라 문왕(文王 : BC 12세기?~BC 11세기?)이 사냥을 나갔는데 그날따라 한 마리의 짐승도 못 잡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실망한 문왕이 강가를 지나가다가 웬 노인이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왕이 노인에게 말을 건넵니다. “낚시를 즐겨 하시나 봅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일을 함에 있어 군자는 뜻을 얻음을 즐기고, 소인은 이익을 얻음을 즐깁니다. 낚시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며 지금 저는 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눈에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챈 문왕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낚시질하는 것이 정치의 무엇과 비슷한지 말해줄 수 있소?” 노인이 다시 답합니다.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인데 이는 녹(祿)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는 좋은 먹이로써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인데 이는 인재에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런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듯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이치와 같습니다.” 강태공은 나이 72세에 처음 문왕을 만났으며, 문왕은 그를 태공망이라 칭하며 국사(國師)로 봉했습니다. 그가 바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었지요.

그 강태공과 주 문왕의 대화를 살펴보면 나라를 다스리고, 우리가 대업(大業)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옵니다. 그 수많은 대화 가운데 몇 가지를 추려 봅니다.

첫째, 이익은 나누는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민심을 배양하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 만민이 귀속하여 복종하겠습니까.” 태공이 답합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에 삶을 이어받은 만민의 천하입니다. 그런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득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둘째, 나라의 흥망은 하늘에 있지 않습니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습니다. “이 세상은 넓고 아득하여 한번 흥하면 한번 쇠하고, 한번 잘 다스려지면 한번 어지러워지는데, 그렇게 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 임금이 어질고 똑똑하지 못한 것이 같지 않아서입니까? 아니면 하늘의 시운변화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합니다. “임금이 똑똑하지 못하면 곧 나라가 위태롭고 백성은 혼란하며, 임금이 어질고 훌륭하면 곧 나라는 편안하고 백성은 잘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화와 복은 임금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하늘의 시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습니다. “옛날 요(堯)임금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태공이 답합니다. “요임금은 부역을 시킴으로써 백성의 밭 갈고 베 짜는 시간을 빼앗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다듬으며 뜻을 제약하여 백성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로 정치하셨습니다.”

넷째, 백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습니다. “원컨대 나라 다스리는 데 크게 힘써야 할 일을 들려주십시오. 임금을 존엄하게 하고 백성이 편안하게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합니다. “백성을 이롭게 하고 해롭게 하지 말며, 이루게 하고 실패하지 않게 하며, 살게 하고 죽게 하지 말며, 주어야 하고 빼앗지 말아야 하며, 즐겁게 하고 괴롭게 하지 말며, 기쁘게 하고 노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륜(經綸)을 닦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업(大業)을 성취함이 이와 같습니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나 큰 꿈을 품고 무슨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서두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성여불>의 정신으로 일을 준비하고, 느긋하게 때를 기다려 봄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2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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