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구=문해청 기자] 문학평론가 권오현 쾌유기원 콘서트가 22일 오후 4시ㆍ7시 30분, 두 차례 '꿈꾸는 씨어터'에서 열렸다.
1부 인사는 김용락 시인, 2부 인사는 이대우 대구민예총회장, 사회는 권미강 대전작가회의 시인, 공연은 프리렌스 타악팀, 합따리꿍따, 밴드 그리go, 정구현(노래), 박정희(춤), 연극 등, 시낭송은 이종암 시인, 수필낭독은 노정희 시인이 참여했다.
다음은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시인 노정희)의 ‘오발이’ 수필낭독 전문
시인이 정치에 발을 들이다니, 주위의 시선은 따갑고 쑥덕거림도 많았다. 정치가를 별로 탐탁잖게 여기는 게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직업 없이 빈둥거리다가 어느 어느 단체에 이름 몇 자 올리고 ‘정치판에 가볼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심심찮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어느 당의 깃발만 꽂으면 바로 낙찰되듯 당선이 되니 이 또한 병폐가 아닌가. 오발이가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 진보 야당 쪽에 이름을 올리고 온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는데 소위 색깔이 다른 사람이 발을 붙일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사람 됨됨이를 보고 표를 찍어준 분들이 있어서 선거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나섰다. 지난 정권의 심판대이며 사람들 인식도 바뀌었으니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를 위해 올곧은 공략을 걸었다.
무의미한 조형물 건립이나 선심성 행사에 세금 낭비를 하지 않겠다며, 막연한 인기몰이가 아니라 하나하나 참하게 지역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노라 했다. 지나가는 어르신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말동무를 해 주었으며 야외공원의 ‘나 홀로’ 악단에게 다가가서 함께 거리 공연도 펼쳤다.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그야말로 주민들과 거리낌 없는 소통의 장을 열었다. 어르신들은 그를 만나려고 공원에 모여든다고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개표가 시작되었다. 엎치락뒤치락, 표는 물을 잣는 펌프처럼 요동쳤다. 물살이 튀겼다 가라앉았다 하며 사람 가슴을 방망이질했다. 그를 지지하는 표가 발돋움하면 가슴이 쿵쾅거렸을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표가 상대에게 밀리면 또 얼마나 심장이 쿵 떨어졌을까.
그러나 그는 이 지방에서 결코 승자가 될 수 없었다. 200여 표의 차이로 낙선한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번 6,13 지방선거가 현 정권의 압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우리 지방만은 아니었다. 개표방송에 나오는 지도에서 우리 지방만이 빨간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파란색을 지지한 사람들은 고담의 도시라는 최악의 비아냥거림을 흘렸고, 빨간색을 지지한 사람들은 현 정권을 거부하며 보수의 성지를 지켰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라 경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며 현 정권을 비난했다.
경제는 예전부터 어려웠다. 특정 정권에 몰표로 밀어주어도 중앙에서는 우리 지방에 큰 혜택을 주지 않았다. 세금이란 공정하게 배분되는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 반듯한 정치의식을 가진 위정자는 과연 얼마나 될는지, 당선자들은 정치라는 게 결코 만만찮다는 것을 진정으로 알고 있을까. 국민의 관점에서는 국회에서 입씨름이나 하는 모양새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비단 우리 지역에서 깃대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만 되면 목에 깁스를 한 채 떵떵거리는 오만함도 과히 보기에 좋지 않다. 경제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인데, 당선자는 국민을 위해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은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경제는 이윤창출이 목표이자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깰 수 있기에 법이 있는 거지만, 그 법조차도 부자, 기득권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가들은 그런 갈등을 조정하고, 재화나 가치, 권력의 공정한 배분을 통해 구성원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 주어야 한다.
이글이한테 전화가 왔다. “오발이를 어떡하냐.”며 이내 통곡으로 이어졌다. 새벽에 개표방송을 보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했는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글이는 흐느끼며 예전 일을 회상했다.
“S 잡지 창간하여 세 명이 늘 머리를 맞대고 있었지. 일 처리가 서툴러 K형한테 꾸지람을 들으면 막내인 오발이한테 화풀이했는데, 저 녀석 깨어나지 않으면 미안해서 어쩌냐. 이번 선거에도 억지로 등을 떼밀었는데…. K형은 지금 오발이 문제로 동분서주하느라 정신없다. 오발이 형편이 좋지 않으니 우리가 마음을 보태야 할 것 같아.”
나는 그저 멍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단톡방에서 서로의 소식을 듣지 않았는가. 무슨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말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선거사무실에 찾아가지도 못했다. 기껏해야 SNS에 접속하여 응원만 했을 뿐이다.
오발이는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모두에게 호감을 주었다. 평상시에는 말을 조금 더듬었으나 마이크를 잡으면 유창하게 강의를 하고, 사회를 보았다. 행사장에서 보면 반갑고, 근처에서 몇몇이 술자리를 할 때 그는 함께했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거나 언성을 높인 적도 없었다. 만나면 스스럼없는 그런 지인이었다. 두 번의 머리 수술을 하였지만 오발이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어디에 머무는 것일까. 본인을 봐 달라고, 지역 경제 살리는 데 앞장서겠노라고 유권자들 앞에서 아직까지 호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 나이가 동갑인 오발이, 열심히 평론을 썼고,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이 지방의 낡은 패러다임을 타파하려고 문학인으로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글이나 쓰지, 웬 정치판에 뛰어들었냐고 고까운 소리도 더러 들었으나, 그에게는 바꿔야 할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시인 한 명은 군사 십만 명과 맞먹는다는 고사를 보더라도,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리튼의 말을 상기하더라도 문학가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오발아, 눈 좀 뜨렴. 네게 보낸 유권자들의 표심은 바로, 너를 믿는다는 증표잖아. 앞으로는 당이 아니라, 후보들의 공략과 됨됨이를 보고 표를 주겠다는 지역민들의 의식이 꿈틀거리고 있더라. 오발아, 네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 이제 일어나야지.
극단가인(연극인 김성희)은 “일어나 일어나서 부디 우리의 마음과 소리가 권오현 선배에게 가닿아, 기적은 반드시 그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권오현 회복기원, 흔들리며 피는 꽃" 우린 또다시 현장에서 그와 함께할 그날을 꿈꾸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며 신명나게 작품을 올린다.”
“언젠가 선배가 자신의 소설을 극화하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이번엔 짧은 소설을 극화했지만 이후 긴 소설을 무대에 올릴 날 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며 권오현 박사기 일어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랬다.
고경하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에 신입회원으로 입회하게 돼서 기쁘다. 이 기쁨을 권오현 박사와 함께 나누고 싶은데 누구보다 기뻐해 줄 권오현 박사가 병상에 누워있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권오현 박사가 빨리 일어나 밝게 웃는 모습으로 문학을 사랑하며 기다리고 있는 손길에 함께하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