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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고소하는 청와대를 고소한다..
정치

툭하면 고소하는 청와대를 고소한다

김대영, 박송이 기자 입력 2015/01/04 00:01

시민사회단체의 정보공개 요구 거절… 정권 특유의 비밀주의가 소송 자초

 

구랍 20일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변론기일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 찍힌 변론기일은 3월 6일이었다. 녹색당은 지난 10월 8일 청와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물의 목록을 공개해달라는 청구였다. 예산항목에 대한 정보공개도 요청했다. 청와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집행되는 경비로서 이를 공개할 경우 기밀한 대통령의 활동 상황이 낱낱이 노출되어 국정운영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게 돌아온 답변이었다. 정보목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녹색당은 청와대의 정보공개 거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 달이 넘도록 답변서 제출도 안 해
 

하지만 법을 통해 ‘알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승수 공동위원장은 변론기일이 3월 6일로 잡힌 것에 대해 법원이 권력기관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통상 행정소송의 경우 재판 날짜를 한 달 후나 늦어도 한 달 보름 후에 잡는 경우가 많다. 재판일을 3개월 후로 잡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청와대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판단하는 간단하고 명확한 사건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답변서 제출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답변서 제출 기한 연기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줬다. 하 위원장은 “두 달이 넘었는데 답변서가 안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청와대가 소송 지연 작전으로 나오는 것이고, 법원도 빨리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시민단체가 청와대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경우는 없었다. 국정원이나 검찰청 등을 상대로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었다. 청와대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다른 부처에서는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당일 생산된 정보목록을 청와대만은 확인할 수 없다. 정부 3.0 도입 이후 각 지자체와 부처에서 일부 문서는 원문까지, 일부 문서는 문서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청와대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안보,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일까.
 

하 위원장은 “국가안보라면 청와대보다 국방부에 더 많이 해당될 텐데 국방부는 적어도 의무사항은 지키려고 한다. 이 정권의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지만 청와대 자체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경


그러나 박근혜 정부 이후 청와대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청와대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라기보다는 박근혜 정권 특유의 비밀주의, 폐쇄주의 때문이다. 참여연대도 구랍 3일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참여연대의 소송 제기 배경으로 청와대의 비밀주의, 폐쇄주의를 들었다. “청와대가 비밀주의, 폐쇄주의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가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지 않게 되면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및 대통령 비서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은 녹색당의 정보공개 청구와 비슷한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 보고서 등은 대통령 기록물로 엄격히 보호되고 있고, 공개대상 정보 중에 국가안보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으며, 대통령 개인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반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16조 1항은 ‘대통령 기록물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정하고 있다.
 

언론보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13건
 

비밀주의, 폐쇄주의로 일관하는 청와대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 해명은 하지 않고 관련한 언론 보도 등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입막음을 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형사상 법적 조치만 13건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는 ‘고소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2013년 10월 김기춘 비서실장은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가 묵살당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조문객이 청와대가 섭외한 가짜 조문객이었다는 보도에도 소송으로 대응했다. 문고리 3인방 관련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와 이 문건이 김 실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동아일보 보도에도 청와대는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정민영 변호사는 청와대의 이러한 소송은 위축효과를 발생시켜 청와대에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 나타나는 정보공개 소송은 헌법에 보장된 ‘알 권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하승수 위원장은 녹색당이 소송을 제기한 계기는 청와대가 “기본도 안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진영간 생각이 달라서 벌어지는 이념 논쟁도 아니다. 청와대가 투명성과 책임성 등에서 기본도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법부·사법부도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제도권 언론들도 장악이 되어 있고, 시민단체의 힘도 많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 기본적인 감시체계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서 한 쪽에는 힘의 공백 상태가 있는 셈인데 이번에 소송하게 된 것은 이런 상태에서 다른 방식의 싸움을 기획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당해
 

뒤집어진 공약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2013년 9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공약 사기죄와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 공약을 뒤집은 데 대해 ‘어려운 경제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후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공약집 자료와 선거운동본부 핵심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처음부터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줄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 유세과정과 최종 공약집에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료집의 내용과 다른 유세를 했다는 점에서 허위사실 유포라는 주장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고발은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공약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를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애초 공약집에 있던 내용과 TV 토론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 달랐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전 대표와 캠프 중심에서 기초연금 공약을 만들었던 안종범 장관도 인정한 것이다. 애초에 공약이 차등지급으로 계획돼 있었고 공약자료집의 내용 또한 국민연금과 연계한 차등지급이 핵심적 내용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모두에게 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래서 허위사실 유포라고 이야기한 것인데 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약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각시켜버렸다.” 오 위원장은 검찰이 기소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하지도 않고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이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이길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청와대가 초법적인 권력이 되어 사법기관 또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문제제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하승수 위원장의 말이다. “지금 잡혀진 변론기일 또한 추후에 다시 연기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이런 식으로 해서 뽑은 게 아니지 않나. 기초연금 준다고 해서 뽑아줬고 정부 3.0 또한 공약이어서 지킬 줄 알고 뽑아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하지만 그건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밖에 있는 정치혐오층이나 무관심층을 고려하지 않은 말이다. 정치혐오층이나 무관심층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기본이 안 돼 있는 정부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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