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텃밭으로 대표되는 대구에 바람이 불어 닥쳤다. 이른바 ‘백색연대’다. 컷오프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동구을)·권은희(북구갑)·류성걸(동구갑) 후보를 가리킨다. 흰색 유니폼으로 통일한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동구 금호강 둔치에서 공동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유승민 후보는 이날 출정식에서 대구의 ‘미래’와 ‘자존심’을 거론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무너져 내리는 우리나라 유일의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을 바로세우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그는 “권력이 저희들을 찍어 내리고 핍박해도 저희 세 명은 절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번 총선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천파동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 가운데 느닷없이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가 28일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비박계 후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사진 반납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가 28일,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권은희·류성걸·주호영 의원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사진의 반납을 요구했다. “권력에 의해 쫓겨났다면서 사진을 거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이유다.
대구선대위는 공동선대위원장(윤재옥·서상기·조원진 의원) 명의로 ‘대통령 존영 반납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2013년 6월 당 소속 의원 사무실에 배부한 ‘대통령 존영’을 3월29일까지 대구시당으로 반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존영(尊影)은 청와대나 관공서에 내걸던 대통령 사진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청와대의 대통령 공식 사진을 협조받아 중앙당에서 지역 당협위원장 사무실에 비치하라고 배포한 것이다. 해당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에서 사퇴·탈당한 마당에 이 사진을 거는 것은 맞지 않으니 내려줬으면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계속 걸어둘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원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대통령 사진을 계속 걸어두겠다는 것은 졸렬한 행동이다. 박 대통령을 무시를 넘어 조롱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전날 “탈당 의원들의 복당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탈당해 인천 남을에 출마한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초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 독자 제공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어서 정치적 상징성이 강한 사진 반납은 탈당파 의원들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유 의원 쪽 관계자는 “곧 복당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만큼 지금으로선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주 의원도 “정무특보로 대통령을 모시기도 한 사람으로서 (사진을) 계속 걸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에 대한 막말로 공천 배제 뒤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간 초대형 펼침막을 선거사무소 벽에 내걸었다. 인천시당 관계자는 “시당 차원에서 대통령 사진 반납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