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종용 기자] 지난 해 8월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예선 2차전에서 스리랑카를 맞아 분전했다. 야구 역사 24년의 스리랑카를 맞아 최종 스코어는 10대15. 1차전 태국에게 패배해 2패째를 안으면서 예선탈락이 확정됐다.
지금 라오스에 여자야구가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라오스는 모계사회라 남자들보다 여자가 생활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강한 면을 가지고 있다. 라오스에서 헐크’ 이만수의 열정으로 이뤄 낸 것은 1년 52주 365일, 2018년 재능 기부와 강의로 부지런히 돌아다닌 곳만 50군데가 넘는다. 이밖에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라오스 국가대표팀 단장, KBO 육성 부위원장 등 수많은 타이틀도 따라붙는다.
라오스에도 어느덧 여자야구가 4년째를 접어들고 있다. 늘 남자선수들에게만 관심을 갖고 야구할 때 여자선수들은 묵묵히 뒤에서 남자선수들이 운동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만 했었다. 2014년 11월 SK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만수(61) 전 SK 감독은 이후 잠시 현장에서 멀어져 자신이 가장 잘하는 야구를 통한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벌써 5년째다. 그리고 지난해는 매우 특별한 결실도 맛봤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4년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라오스를 찾아 야구를 통해 희망을 심었고, 지난해 라오스 야구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 국제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감격적인 순간도 맞았다.
그러던 여자야구선수들이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야구를 하더니 어느덧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가 되었다. 초창기에는 코이카 소속의 박종철감독이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고 , 그 뒤를 이어 작년 6월 David Toy 에서 파견한 박상수감독이 날마다 여자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 시키더니 이제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야구센터에 나오던가 아니면 훈련에 참가하곤 한다. 이 감독은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 대회에서 라오스팀의 성적이 어떻게 되리라고는 이미 예상은 했고 사실 엄청난 점수차로 질 거라고 예상했었다"면서 "15대0으로 졌지만 1차전에 6회까지 간 것도 대견하고, 두번째 경기에서 10점까지 따라간 것만 해도 하나님 은혜이고 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후 라오스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서로 얼싸안고 감격하는 것을 보고 주위에 있던 아시안게임 관계자들까지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라오스 나라는 이런 문화가 있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 없이 피부가 하얀 사람이 미인이고 미남이다. 라오스는 열대기후이다 보니 그늘도 없는 운동장에 10분만 서 있으면 금세 피부가 탈 정도로 햇살이 따갑다. 처음 야구를 접한 여자 선수들이 야구가 신기해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여자선수들이 친구 따라 시작한 야구가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 열심히 하더니만 시간이 갈수록 피부가 검게 타는 것을 알고부터는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 두게 되었다. 이랬던 여자선수들이 지난번 인도네시아 아시아대회를 접하고부터는 너나 할 것 없이 야구가 하고 싶어 운동장에 모였다. 이제는 솔직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여자선수들이 야구하고 싶어 낮이나 밤 할 것 없이 운동장과 야구센터에 모인다. 오늘도 늦은 밤 남자아이들도 하기 어렵다고 하는 개인연습 하는 장면들을 보니 야구의 재미를 제대로 아는 것 같아 보인다.
야구장 한 면도 없이 모든 여건이 열악하지만 우리나라가 처음 야구를 접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겠나 생각하며 먼 훗날 라오스 여자야구 선수들이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시아대회와 세계대회에서 각국 선수들과 겨루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에서는 유소년 야구 저변이 약한 강원도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올해 8월에는 중학교 전국 대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중학교 지도자들이 전국 대회가 1년에 4번 뿐이라는 어려움을 호소하자 이 전 감독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 전 감독은 “선배로서 해 줄 수 있는게 이런 것 아닌가. 1억원 정도가 필요한 데 현재 조아제약 측에서 좋은 뜻에 5000만원을 스폰서해주기로 했다. 나 역시 1000만원을 기부할 생각”이라며 “아직 체육회 허가가 남아 있는데 후배들이 뛸 좋은 무대를 만들어 40~50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권위있는 대회로 만들어가고 싶다”며 꿈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