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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7회..
기획

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7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9/01/17 14:35 수정 2019.01.17 15:27

갑자기 축구의 함성과 함께 떠오르는 공이 고향 하늘 쪽으로 멀리멀리 날아간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축구공은 저수지 바닥에서 헐떡이고 있는 잉어를 향하였다.

‘퍽!!’

공은 정확하게 잉어의 눈동자를 맞혔다. 순간 이지러진 잉어의 시신은 산산조각이 났고 축구공도 터진 고무 풍선 마냥 흩어졌다. 가위에 눌린 듯 숨이 막힌다. 몸부림치듯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말러의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TV는 여전히 16강에 대한 환희의 통보와 해석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오후에 월드컵 경기장의 산보를 간다고 특수교사가 말했다. 잠시 후에 맹현이 축구공을 들고 나에게 나타났다.

“여자, 예뻐, 월드컵! 코리아!”

같이 가자는 눈치였다. 토요일 오후라 시간이 되어 나는 장애를 가진 특수반을 따라 동행하였다. 우리 일행은 놀기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앞에서 보였다. 지금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할인마트나 공원의 문화행사 공간에도 대형 스크린으로 내부에서 진행되는 축구상황을 시청 할 수 있었다. 공원의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자녀들에게는 축구놀이를 하게 하고 팝콘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스크린의 축구 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형 스크린에서 좀 떨어진 잔디 밭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잠시 후에 공원 안내원이 잔디를 망친다고 우리 일행을 저지 시켰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적당한 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떨어진 모퉁이로 이동하여 자리를 폈다. 맹현의 컨디션은 오늘이 최상이듯 매우 분위기가 들떠 있었다. 운동복과 운동화가 모두 새 것이었다. 축구공도 ‘월드 2002’라고 쓰인 최고급 축구공을 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천천히 공을 구르고 서로 주고 받고 하다가 축구게임을 시작하였다. 그 때 갑자기 대형 스크린 근처에서 큰 함성과 함께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치며 발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드디어 8강에 진출 하였습니다. 오오! 16강도 넘어 드디어 8강까지 이 룬 우리 의 자랑스러운 선수들!”

아나운서와 함께 감동이 폭발된 함성과 함께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가득 찼다.

그 때였다. 축구열기에 사로잡혀서 온 몸에 땀이 범벅되어 있던 맹현이

“더워! 얼음! 얼음! 슛 - 골인!”

힘껏 축구공을 찼다. 그의 눈은 신들린 것처럼 광기가 어려 있었다. 공은 난지도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저 쪽으로 멀리 날아갔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 되었다.

“얼음! 얼음! 슛 - 골인!”

외치면서 쏜살같이 공을 따라서 달려갔다. 그 힘은 어느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초인적인 힘이었다. 최 석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우리도 뒤따라 달렸다. 그 때 구름이 끼었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다.

맹현이 실종 된 지 일주일이 지났어도 우리는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난지도 일대와 그 월드컵 주변에 전단지를 만들어서 배포하였다. 그리고 최석은 인터넷 사이트에 ‘미아신고’란에 게재하였다. 또한 전국의 파출소와 동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보이고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거기 전단지나 하나 게시판에 붙이고 가세요. 그런 아이들이 한 두 명인가요?”

하면서 8강 기념 삼겹살 파티와 고스톱에 열중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우리 일행은 미아신고센터에 찾아가 전국 레이더망을 검색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실종된 지 삼일 만에 못 찾으면 영영 못 찾을 운명이죠!”

그는 우리에게 체념할 것을 윽박지르는 표정을 지었다. 이 때 TV의 축구경기 앞에서 시청하고 있던 직원이 화를 냈다

“지금이 축구경기로 정신이 없는데 어느 미친놈이 잡소리를 넣고 귀찮게 굴어!”

우리를 쏘아보았다. 이어 그 옆의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

“거 정신 나간 것 아냐?” 어, 참! 대한민국 국민인가 의심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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