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쌀을 비롯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간 쌀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고 높은 관세를 유지해온 우리 정부로서도 기존 가입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16'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TPP 참여는 농산물 시장의 전면 개방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는 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브루나이·칠레·페루·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경제의 약 3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경제 블록이다. TPP 불참은 아태지역의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문제는 TPP로 인해 쌀 TRQ(저율관세로 수입하는 방식)이 더 늘어난다면 그렇지 않아도 공급과잉에 처한 우리나라 쌀산업이 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연간 40만 8700t의 쌀을 5%의 관세로 들여오고, 추가 수입물량에 대해선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TPP 가입으로 쌀 시장을 추가 개방할 경우 농민단체의 반발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TPP 가입 12개국 가운데 5개국이 쌀 등 농산물을 민감 품목으로 설정해 관세를 철폐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 참여하는 한국의 경우, 민감품목에 대해 보호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수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경제연구단체 GS&J 인스티튜트가 발간하는 ‘시선집중 209호’에 실린 글에서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미국 및 호주와의 양자협의에서 쌀 추가 개방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앞서 일본은 TPP 협상 참여 당시 쌀·쇠고기·돼지고기·설탕·유제품을 ‘5대 성역’으로 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예외 없는 TPP는 반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 쌀 7만t, 호주 쌀 8400t을 저율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또 미·일 양자협상에서 일본은 미국산 쌀에 대해 TPP와 별도로 저율관세 물량 4만5000~5만t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