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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치생명 건 승부수…호남민심 녹일까..
정치

문재인, 정치생명 건 승부수…호남민심 녹일까

김의겸 선임 기자 입력 2016/04/10 08:2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기위해 충장로우체국 계단으로 향하고 있다.

142일만에 광주 방문 지원 유세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무너진다. 제1 야당의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정권교체는 불가능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건 연명에 불과하다.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에서 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은퇴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한 측근은 이렇게 설명하며 ‘문재인의 고해성사’라고 표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내용을 가까운 의원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채 하루 전날 보좌진에게 구술을 해 기자회견문으로 가다듬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충장로 발언
문 전 대표는 애초 광주까지 내려갈 생각은 없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상태에서 요청도 오지 않는데 광주를 찾아가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기세가 올라가며 광주 선거가 7대 1이냐 8대 0이냐라는 관측이 나오고, 그의 광주행이 정치 쟁점이 되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돼버렸다. 당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김종인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이 반감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당 전략가들의 판단은 달랐다. 당 실무진들은 “광주 상층의 분위기와 일반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김 대표를 설득했다. 여론조사까지 돌려 긍정적 반응이 높다는 보고서까지 올라갔다. 당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 혼자만으로는 힘이 부친 상황이 됐다”며 “국민의당은 미래권력인 안철수 대표가 뛰고 있는데, 우리 쪽은 미래권력을 스스로 가둬놓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전패 위기에 불가피한 선택
측근들도 모르게 원고 구술 정리 
‘정치적 무능’ 비판엔 자세 낮춰
호남 홀대·차별론엔 강한 반박 
김종인 “광주시민 진심 알아줄것”
더민주 “지지층 결집 동력 형성”
문 전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는 광주의 싸늘한 시선을 두가지로 파악하고 있다. 하나는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정치적 무능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호남을 차별했다는 시각이다. 이 가운데 첫번째는 전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달라”고 했다. 중간중간 목이 메인 듯 연설을 멈추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호남 홀대’나 ‘호남 차별’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87년 6월항쟁 전야 5월에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광주항쟁 비디오 관람회를 열어 광주의 아픔을 부산시민에게 알렸고, 3당 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됐을 때도 부산에서 전라도니 빨갱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호남과 잡은 손을 놓치 않았다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홀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광주행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광주시민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에서도 광주 시민들의 반응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주말 동안 호남의 여론을 지역별, 계층별, 연령별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문재인은 안 돼’라는 말에 기가 눌려 말을 하지 못했던 지지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그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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