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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선생님께 드리는 고별사..
문화

김의경 선생님께 드리는 고별사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4/11 12:26

자료사진

[뉴스프리존=온라인 뉴스팀]티에스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시작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인 듯싶습니다. 그러기에 선생님을 4월에 하늘나라로 데려가셨죠.

서울대학교에서 연극부를 창설하시며 황은진, 허 규 선배에게 연출을 부탁해 그분들을 후에 연출가의 길을 걷도록 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실험극장을 창단하시며 동랑 유치진 선생을 찾아 뵙고, 바른 역사성과 실험 성을 가진 극작가의 길을 선택하라는 말씀에 당시에는 금지목록 1호였으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에 접하고 한국 최초의 서사극 <갈대의 노래>을 집필해 공연하셨습니다.

권성덕 배우와 함께 플래카드를 양쪽에서 든 단역으로 그 연극에 출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반세기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라만차의 사나이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이듬해에 번역하시어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공연해 성공을 거둔 것도 50년 전입니다. 돈키호테로 출연한 나영세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산초로 출연한 피세영은 카나다에서 귀국해 문경새재 산 정상에 12년 째 수목원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땅에 번역 소개하신 라만차의 사나이는 현재까지 명 뮤지컬로 공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아서 밀러의 <아들을 위하여>는 현재까지 연극영화학과 대학생들의 공연필수연극이 되고 있습니다.

실험극장을 통해 많은 명연출가와 병배우가 배출된 것도 선생님의 업적입니다. 표재순, 유경환 선생님과 극단 현대극장을 창단하시어 뮤지컬과 오페라 발전에 기여하신 공로도 대단하신 업적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직을 하시며 한중일 삼국의 연극교류의 성사를 위하여 베세토 연극제의 길을 놓으셨고, 그 베세토 연극제가 20여년이 지난 현재 연극 뿐 아니라, 한중일의 베세토 경제교역으로 까지 확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의 중요성을 일찍 아시고 회장을 맡으신 공과도 선생님의 뒤를 잇는 김병호를 비롯한 후배들과 함께 기억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남한산성> <길 떠나는 가족>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등을 집필하시며 엉뚱한 내용의 왜곡된 역사극이 아니라, 올바르고 제대로 된 역사극의 중요성을 알리시고 그런 역사극을 쓰고 공연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백민역사극회를 만드셨을 뿐 아니라,그 첫 번째 공연으로 이윤택 작 남미정 연출의 연극 물고기의 귀향이 이루어 진 것에 커다란 기대와 경의를 표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치심과 뜻을 백민역사극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서울연극제가 아마추어의 실험의 장이 아니라 프로의 연극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작품성과 그 위상까지 갖추라는 말씀도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대한민국연극을 발전적으로 이끄신 연극계의 인물이셨습니다. 예술원 회원 뿐 아니라, 예술원 회장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어째서 가입이 아니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커다란 아쉬움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도 연극의 의지를 이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올바른 연극의 길로 정진하여 대한민국 연극을 세계정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들겠노라고 약속드리며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편히 떠나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4월은 엘리엇의 황무지에서처럼 잔인한 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4월은 모진 겨울을 이겨낸 온갖 꽃망울이 개화하는 달입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처럼 마음으로나마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가 선생님 가시는 길에 고이 뿌려드리겠습니다. 가시는 걸음마다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4월 10일 후배 박정기(朴精機)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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