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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8회..
기획

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8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9/01/26 20:24 수정 2019.01.27 09:15

그들은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웃사이더였다.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4강만 해내라 히딩크 만세!”

등 뒤에서 계속 들려왔다. 저들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축구 의 열기 앞에서 하나가 되고 애국자의 충정어린 모습이다. 자신들에게 깊은 상관이 있는 진지한 모습이다.

‘암! 나라의 일인데 왜 상관없어! 축구의 8강이나 4강이 그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그런 나라에 산다는 자부심과 명예심일까? 나도 이기면 신이 나며 들뜨게 된다.’

우리는 게시판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미아를 찾는 전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최석이 그 곳의 맹현의 전단지를 붙이고 나왔다.

“아! 드디어 4강, 4강입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 기어코 해냈습니다. 대한의 아들 들 오! 코리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거리는 흥분하며 감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TV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발을 구르면서 환호하며 감격하고 있었다. TV 화면은 선수가 골을 넣는 장면을 천천히 슬라이드로 다시 재생시켜주고 있었다. 몇 번을 해도 그들은 신나는 듯 계속 시선이 그 장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도둑고양이 마냥 슬금슬금 그들의 사이를 빠져 나왔다. 그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여 너무도 배가 고프고 지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는 축구 4강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삼겹살 한 근을 제일 빨리 먹을 수 있는 손님에게는 다섯 번 씩이나 무료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5번이나 이 곳에서 점심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서로 도전하려고 밀치고 설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앉을 자리도 없이 거리로 밀쳐 나왔다.

맹현을 잃은 그의 부부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실종된 아들을 찾아 다녔다. 산과 들 판을 찾아 해매고 전국의 파출소를 일일이 수소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그들은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근처의 어느 시골의 파출소에 다다랐다. 그들은 거기서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냉동실에 저장된 맹현의 시체 앞에 서게 되었다. 실종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것의 경위는, 오십대 아낙이 길을 거닐다가 철도 길에 쓰러진 소년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허겁지겁 가까운 시골 파출소로 달려갔다. 파출소의 직원이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그 소년은 겨드랑이에 축구공을 낀 상태로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냉동 보관된 맹현의 시신을 보고 혜란은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반 정신이 나간 모양으로, 그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쇠약해져 있었다. 냉동된 맹현의 얼굴은 창백하고 하얗게 굳어 있었다. 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냉동된 눈동자는 충혈된 채 반짝거렸다.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살아서도 늘 추운 세상에서 얼음냉대 받더니 죽어서는 더 꽁 꽁 얼어 붙었네! 아이고!……”

그녀는 땅바닥을 치면서 통곡하였다. 시체를 보는 순간 강가의 모서리에 얼음에 갇힌 시체가 떠올랐다. 그것은 붉게 타오르는 강물 위에 부레를 달고 두둥실 떠돌았던 그 잉어였다.

바깥 날씨는 매우 쌀쌀하며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였다. 나는 난지도의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우리의 선수 맹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슛 - 골인 - 을 하였던 것이다.

“ 슛 - 골인 -얼음, 얼음!.....”

그러나 함성소리와 박수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저 멀리 난지도의 하늘에서 구슬픈 아리아가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듯하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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