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3시 현재 개표가 끝났거나 종료 임박한 253개 지역구에서 이대로 개표가 종료되면 더민주는 총 123석,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원내 제12당 지위가 바뀌게 된다. 새누리당으로선 과반 의석 붕괴뿐 아니라 제1당 위상도 잃는 충격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이천호, 최은주기자] 오는 4월 총선이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총 122석으로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 1당까지 내줬다. 이로써 20대 국회는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됐다.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야권 의석 수는 167석으로 과반 의석을 가뿐히 넘었다.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며 국회 심판론을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오히려 민심에게 호된 ‘심판’을 받은 것이다.
◆ 새누리당 완전 참패…박근혜 정부 독주에 민심 ‘심판’
20대 국회 최종 의석수는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확정됐다. 무소속은 11석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가를 정당별 득표에서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을 얻었다.
제20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충격의 참패를 당하며 원내 제 1당의 자리마저 한표 차이로 더민주에 내줬다. 새누리당은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122석)의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고,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무려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145석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군다나 원내 제 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주면서 국회 주도권도 상실하게 됐다. 따라서 향후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예정이다. 원내 제 1당을 다시 찾아오려면 유승민, 주호영, 강길부, 안상수, 윤상현 등 새누리당 탈당 의원 당선자 가운데 2명 이상을 복당 시켜야 한다. 유 의원 등에 대해 '복당 불가론'을 주장했던 친박(친박근혜)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공천 실패에 대한 내부 비판과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휩쓸며 선전한 ‘더민주’…호남 내주며 ‘절반의 승리’
더민주는 123석의 의석으로 제 1당까지 확보하며 선전을 보였다. 특히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102~107석을 훌쩍 넘기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특히 영남에서 9석을 차지하고 서울 강남권에서도 선전하는 등 지지기반을 대폭 확대하는 소득도 거뒀다.
하지만 더민주는 ‘호남’을 국민의당에게 내줬다. 아울러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도 국민의당 보다 적게 나왔다. 사실상 ‘절반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호남의 참패는 향후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전국을 도는 와중에도 호남을 두 차례나 찾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순천과 전주에서 사죄의 큰절을 하기도 했다.
반면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23석 확보로 입지가 더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호남을 내준 것에 대해 김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존재감 ‘급부상’…정치, 정책에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
국민의당은 이번 4월 총선에서 약진을 뛰어넘어 ‘돌풍’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38석으로 목표치인 40석에 가까운 승리를 거뒀고, 호남에서도 더민주를 이겼다.
3당 체제에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가 되면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에게 구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모두 서로 대치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을 설득하지 않으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권역별로 호남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게 한계로 지적됐다.
◆ 지역구는 ‘더민주’ 후보,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전략 투표한 유권자들
4. 13 총선에서는 야권 분열에 따른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도 나와 주목됐다.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을 따로 선택한 것이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석수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 13석, 국민의당 13석으로 결정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13석으로 같지만,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국민의당이 더 높았다. 국민의당의 득표율은 26.7%로, 더민주 25.5%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호남을 제외한 야당 유권자들은 지역구에서는 당선가능성이 높은 더민주를 선택했다. 특히 서울 종로, 마포을, 경기 수원무 등 대부분 수도권 접전지역에서는 국민의당보다는 더민주 후보가 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정당(비례대표)은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 투표’ 현상은 야권을 지원하는 유권자들이 더민주에 대한 실망감에 ‘3당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일부 보수성향 유권자들도 국민의당 비례대표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양당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는 유권자들 중 국민의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라며 “다수 국민들은 정치판을 허물고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 20대 총선 ‘지역주의’ 구도 무너졌다
20대 총선은 상대당의 전통 텃밭에 도전장을 낸 여야 후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당선되면서 지역주의 구도가 무너진 것도 특징이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자들이 승리를 거뒀다.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자는 전남 순천에서 노관규 더불어민주당 후보, 구희승 국민의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해 '호남 3선'을 달성했다. 호남 개척에는 전주을의 정운천 새누리당 당선자도 가세했다. 정 당선자는 최형재 더민주,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와의 3파전에서 승리했다.
여당의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야풍(野風))이 불었다 '대구의 강남' 수성갑에서는 김부겸 더민주 당선자가 여당 대선주자군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렸다. 대구 북구을에서는 더민주를 탈당한 홍의락 무소속 당선자가 양명모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부산·경남(PK)에서도 야풍이 상당했다.부산 북·강서갑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와 리턴매치를 한 전재수 더민주 당선자, 사하갑에서는 김척수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은 최인호 더민주 당선자가 금배지를 달게 됐다.
또한 더민주에서는 김영춘(진구갑), 박재호(남을), 김해영(연제) 당선자를 잇달아 배출하며 새누리당을 위협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더민주 당선자(김해을)가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 민홍철 더민주 후보(김해갑)도 홍태용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남 창원성산에서는 더민주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노회찬 정의당 당선자가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를 앞질러 영남권의 진보벨트 복원에 나서게 됐다. 경남 양산을에서는 서형수 더민주 당선자가 이장권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강구도 속에서 이 후보와의 접전 끝에 신승했다.
전통적으로 여당세가 강한 서울 강남 3구에도 더민주의 바람이 불었다. 18대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전현희 더민주 당선자는 강남구에서 비교적 야세가 강한 강남을에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송파을에서는 더민주 최명길 당선자, 송파병에서는 더민주 남인순 당선자가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