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봉공원 수봉소극장에서 극단 보아스의 유진월 작, 박정학 연출의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를 관람했다.
유진월(1962~) 작가는 경기도 수원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경희대학교 대학원 출신 문학박사로 현재 한서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그녀에 관한 보고서’로 등단하고, 2004년 국립극장 장막공모 당선됐다. 2000년 올해의 한국연극 베스트5 작품상, 2009년 동랑희곡상, 2015년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그녀에 관한 보고서’ ‘그들만의 전쟁’ ‘불꽃의 여자 나혜석’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웨딩드레스’ ‘연인들의 유토피아’ ‘헬로우 마미’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 ‘연인’ 등을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성작가다.
저서로는 ‘한국희곡과 여성주의비평’ ‘희곡 분석의 방법’ ‘유진월 희곡집 1’ ‘여성의 재현을 보는 열 개의 시선’ ‘김일엽의 신 여자 연구’ ‘희곡강의실’ ‘유진월 희곡집 2’ ‘영화, 섹슈얼리티로 말하다’ ‘불꽃의 여자 나혜석’ ‘한국해외입양’ ‘유진월 희곡집 3’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계에서 경계를 넘다’ 가 있다.
박정학(1964~)은 인천시립극단소속 배우로 출발해 텔레비전 드라마 '야인시대' '대망' '로즈마리' '해신'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2009 외인구단' '인수대비' '스트레인저 2' '천 번째 남자' '엄마가 뭐길래' '나쁜 녀석들' '닥터 프로스트' '공필두' '왕의 얼굴' '복면검사'등에 출연하고, 영화로는 '무사' '광복절 특사' '돌려차기' '중천' '트럭'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7광구' '코리아' '차형사' '타워' '연평해전' '여자전쟁-떠도는 눈' 등에 출연한 훤칠한 키에 미남인 성격배우다.
이 연극은 사도세자와 연관된 작품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어느 한 가지에서만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당쟁에 의해서이든 영조의 컴플렉스와 권력욕 때문이었든 사도세자 본인의 광증과 일탈 때문이었든 아니면 그 모든 게 복합적이었든 결국 역사를 통틀어 보면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 속에 넣어 죽도록 한 비극적인 실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현재의 연구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게다가 많은 기록들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변조되는 등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제대로 밝혀낸 작품이 드물다. 실록에는 사도세자가 자신의 자식을 낳은 후궁을 살해하고, 그 후 100여명의 이르는 인명을 살상한 것이, 부왕인 영조의 세자에 대한 냉혹한 처사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원인은 60대 영조의 계비인 10대의 정순왕후와 세자가 사랑을 느낀 것에 대한 영조의 질투와 분노에 기인한다는 설과 당파싸움에 희생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여하튼 영조로 인해 세자는 우울증과 자폐증에 걸리게 되고, 종당에는 결국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야기된다.
이 연극에서 영조와 세자, 세자빈 혜경궁과 부친 홍봉한, 제자의 생모인 무녀 선희궁, 화안공주, 세자의 아들을 출산한 계빈, 후에 정조로 즉위하는 세손 그 외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세자가 생을 마무리하기까지의 연극을 펼쳐 보인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네 자 높이의 가로지른 궁중통로를 마련하고, 그 중앙에 계단을 놓아 아래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통로 중앙에는 어좌를 놓고, 계단을 치우면 통로 아래 빈 공간이 들어나고, 출연자가 그 공간에서 폐쇄 증을 연기해 낸다. 무대 좌우에는 궁중의 내실을 만들었다. 궁중통로 뒤쪽과 궁중내실의 가장자리에는 직사각으로 된 격자무늬 나무조형물을 가로로 연결해 궁궐분위기를 창출시키고, 무대 네 귀퉁이에 등을 설치해 고풍스런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대금과 아쟁, 그리고 가야금을 연주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의상이나, 분장 소품이나 무기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격식을 갖추려 한 것이 공연에 드러난다.
조문의, 김인숙, 이윤상, 이우민, 아윤우, 박지원, 김노연, 정지원, 양동윤, 송진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을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술 전준호 정지혜, 무대미술 양정우, 조명 윤혜린 등 지술진의 열정과 기량, 그리고 조병주의 대금, 김소연의 아쟁, 김누리의 가야금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며, 관객을 감상과 감성의 세계에 젖도록 해, 극단 보아스의 유진월 작, 박정학 연출의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를 연출가의 기량과 출연자의 연기력이 드러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뉴스프리존=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