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환율보고서에 우리나라가 이른바 '환율 조작국'으로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와 외환 당국은 최근 원화 평가절상 추세, 과거보다 매우 완화된 당국의 개입 강도 등을 이유로 포함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통상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무역 대상국가들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 내용에 한국 당국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환율 조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베넷-해치-카퍼(BHC·Bennet-Hatch-Carper)법이 올해 발효됐기 때문이다.
BHC 법은 발효 90일 이내에 상당 규모의 대(對)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같은 방향의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를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국가는 1년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간접제재를 받는다. 이후에도 통화가치 저평가 등 지적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신규투자를 받을 때나 해당국 기업이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을 때 불이익을 받는 직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한국 당국은 외환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개입 양상이) 대략 균형 수준을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작년 4월에 외환시장 개입 중단을 압박한 것에서는 비판 수위가 상당히 누그러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이번 보고서에 환율 조작국 가운데 하나로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우리 환율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다른 문제가 없다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 강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의회에 보고하기 위한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당국의 환율변동성 제어가 어려워져 당장 국내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재부는 환율보고서 발표가 예정보다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