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상사〗2회
신학기라 활기가 있었다. 모두들 새 학기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모애가 교무실의 자신의 자리에 들어설 때였다. 봄의 화사한 분위기의 꽃분홍의 레이스로 된 원피스를 입었다. 단연코 모든 여교사보다 돋보이는 단아하고 지적인 분위기였다.
“어머! 선생님의 흰 피부에 너무도 잘 어울려요!”
순간 그들은 교감의 표정을 살피다가 교감에게도 찬사를 퍼부었다.
“어머, 교감 선생님, 스카프 아주 잘 어울려요!”
“그래! 우리 딸이 생일 선물로 사 준 것인데 그동안 묻어 두었다가 처음으로 했 는데 괜찮은가요?”
여교감은 모애를 약간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모 선생은 월급을 타면 맨 날 옷만 사나 봐요!”
모애는 역겨워서 그 자리를 피해 복도로 향하였다. 이때 복도를 순시하던 교장과 마주쳤다. 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모애를 주시하고 인자하게 웃었다.
“학교생활 좀 어떠십니까!”
“네, 여러 선생님께서 도와 주셔서 별로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름다운 모애의 모습에 취한 듯하였다. 모애는 이 교장과의 연인관계의 전주곡을 물리치기로 다짐하였다. 자신은 언제나 그들의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다른 여교사들과의 시기와 반목이 따랐고 그의 총을 받는 것도 헛된 신기루 같음을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상사의 총애는 언제나 모애에게 따라붙었다. 그것을 하나의 방패처럼 학교생활의 위로로 삼았다. 언제나 자신을 미워하며 시기하는 무리들 속에서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상사의 총애는 방패막이였다. 빼어난 미모와 지성미를 겸하여 매력적인 존재로서, 언제나 상사의 주목과 사랑을 받아온 모애는 강한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었다. 근무하는 곳마다 어디서든 남자들에겐 인기가 있지만 여자들은 언제나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었다.
모애는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였다. 테이블에는 교내 업무분장표가 놓여 있었다. 자신에게 배당된 올해의 업무는 <시상계>로 배치되어 있었다.
“교감 선생님이 시상계 담당을 마땅하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어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모 선생이 시상계를 하면 분위기로 보나 어울릴 것 같으니 맡겨봅시다 하셨는데 괜찮지요?”
비교적 자신과는 별로 트러블이 없어 보이는 교무부장이 말하였다.
“교감 선생님은 왜 저를 시상계에 맡기려 하지 않았죠?”
약간 날카롭게 모애는 쏘아 붙였다.
“글쎄! 아마 더 잘하는 업무가 없나 생각해서였겠지요!”
시상계는 학생에게 시상내역이 있을 때 전체조회 시 교장의 곁에 서서 상장과 상품을 챙겨 올려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뭇 사람들 중에 돋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며 이 기회를 이용하여 시상계를 맡은 여교사는 한껏 멋을 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모애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을 교장 옆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는 교감의 저의를 모를 리가 없었다.
역시 또 시작되고 있구나. 여자의 적은 여자! 아! 어쩔 수 없구나.…… 저 늙 은 여우의 등쌀에 또 힘들겠구나!
자기는 교감을 상사로서 잘 모시고 싶었는데 자신을 적대시 하는 것에 몹시도 비애감을 느꼈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왜 되지 못할까?
모애는 잠시 싸늘한 마음을 잊을려고 두 눈을 감고 지혜롭게 처신해야 하리라 다짐하였다.
‘하기사 여자교장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로 여기자. 난 상사가 모두 남 자이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그렇다면 저 교감도 여교사보다 남교사가 전보 발령오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것도 교감이 반할 정도의 미남의 남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