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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랑과 우정, 배신과 용서가 깃든 갈등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이하늬 기자 입력 2016/04/18 21:28

프란체스코 멜리/사진제공=수지오페라단

[뉴스프리존=이하늬 기자]지난 15일에 개최해 17일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수지오페라단의 오페라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는 최정상 캐스팅과 화려한 연출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켰다.

베르디 중기의 대표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일반적으로 여자가 주역이 돼서 희생하거나 죽음을 맞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오페라와는 다르게 테너가 주인공이 되어 극의 흐름을 이끈다. 테너의 오페라라고 불리는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주인공 리카르도 역할을 맡은 프란체스코 멜리(Francesco Meli)는 백성을 위하는 어진 군주인 반면 한 여인을 사랑하는 한 남자를 혼연일체로 연기하면서 수준 높은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의 힘 있고 알찬 소리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체를 울렸고, 애가 탄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선 호소력 있는 가성(falsetto)과 쭉쭉 꽂히는 고음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면서 세계 최정상의 테너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군주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긴 레나토 역의 데비드 체꼬니(Devid Cecconi)는 중후한 매력의 목소리를 뽐내며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특히 3막에서 자신의 군주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 분노하는 아리아 ‘Eri ti che macciavi’에서는 무게있는 소리와 안정되고 긴 호흡으로 청중을 감탄케 했다.

레나토의 아내이자 리카르도와 사랑의 빠진 아멜리아 역의 17일 캐스팅은 비르지니아 똘라(Virginia Tola)였는데 아침에 갑자기 캐스팅이 변경돼 임세경이 맡았다. 임세경은 탁월한 연기력과 함께 풍성한 성량과 공명 있는 소리로 홀 전체를 압도하며 역할을 소화 했고, 리카르도의 운명을 예언한 점쟁이 울리카 역의 산야 아나스타샤(Sanja Anastacia)는 탄탄한 저음 흉성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관객을 더욱 극에 몰입하게 했다.

소년이지만 여자가 연기하는 바지역(trouser role)인 리카르도의 시동 오스카 역으로 파올라 산투치(Paola Santucci)가 활약했다. 그녀 특유의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순진한 시동 오스카 역을 잘 표현해 줬다. ‘가면 무도회’의 지휘를 맡은 젊은 천재 지휘자 까를로 골드스타인(Carlo Goldstein)은 절도 있으면서 섬세한 지휘로 극의 흐름을 끊기지 않고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갔다.

세계 최정상의 가수들과 제작진으로 구성된 수지오페라단의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분노와 이별, 용서와 화해를 절절하면서 극적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극 중안에 매료시켜 황홀하게 해 준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키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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