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을 상대로, 25년 만에 정부당국이 1승을 한 거에요. 이때까지 족족이 다 졌어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지난 1995년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은 그동안 유아교육 분야에서 대표성을 지닌 단체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과거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반대 운동을 일으키며 정치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국공립 유치원 도입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 휴원을 선언한 바 있다.
자한당이 왜 한유총의 온갖 비리가 쏟아져 나온 것을 확인하고도, 왜 한유총을 그토록 감싸고 박용진 3법(유치원비리근절 3법,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 통과를 방해했는지 짐작이 가실 것이다. 정부가 준 세금과 학부모가 낸 교비를 아이들을 위해 쓰지 않고 엉뚱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썼음에도 어떤 자신감으로 그렇게 당당했던 걸까?
그만큼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지역사회에서 소위 ‘표심’을 잡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할 수 있겠다. 지역구를 관리하는, 또 재선을 노리는 국회의원 입장에선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또 후원금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게다가 <조선일보> 류의 언론 대부분도, 아이들을 위해 또 미래세대를 위해 당연히 통과되어야할 박용진 3법을 마치 여야의 정쟁인 것처럼 몰아가며 진흙탕 정치싸움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용기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뚝심, 그리고 사립유치원 비리에 분노한 시민들의 힘이 이런 막강한 한유총을 상대로 1승을 거두게 했다.
지난해 10월,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딴지방송국 <다스뵈이다> 52회에 출연, “처음에 유치원 비리를 터뜨렸을 때 (여론의) 관심 많았지만, 조금 지나면 흩어질 거란 생각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조짐도 있었지만 한유총이 개학연기투쟁이란 걸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엄마아빠들이, 국민 여러분들이 달라졌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그 이후 박용진 3법(유치원 비리근절 3법)을 대표발의했으며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됐다. 박용진 3법에 대한 찬성여론은 80%를 넘을 정도라 압도적이다. © 딴지방송국
박 의원도 ‘유치원 감사보고서 공개하면 죽는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또 토론회 당시 국회로 몰려온 한유총 관계자들에게 멱살잡이당할 뻔한 일도 겪었음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데 일이 다시 불거졌는데도 학부모들이 흐트러짐 없이 대처하셨다, 특히 용인 수지지역 학부모님들은 한유총이 ‘개학연기 투쟁’을 발표하자 ‘큰일 났다’하면서 뭉치셨더라고요. 주말에 피켓 들고 집회를 하신 거다. 그래서 그 다음날 (학부모 집회 소식) 하루종일 방송에 이게 나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런 적극적인 학부모들의 행동이, 정부가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교육부에서 단호한 원칙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내심 불안했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정부 규탄하면 밀고 나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적극 공감했다. 특히 <조선일보> 같은 매체들은 ‘보육대란’ ‘학부모 불안’ 등의 제목을 붙이며, 한유총의 잘못은 지적 않고 학부모들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심어줬으니.
박 의원은 “그래서 정말 불안했고, 일요일(3일) 밤 중재하자는 전화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중재안은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수용 및 개학연기 투쟁 철회를 하는 대신, 건물 등에 대한 시설 사용료를 정부가 부담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그런 대화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이 아닌 개인 사업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체와 달리 취득세와 재산세를 85% 감면받으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면제받는다.
박용진 의원은 교육부장관인 유은혜 부총리가 가장 불안했을 거라고 언급했다. 김어준 총수도 “원래 장관이 가장 불안한 거다. 본인이 앞에서 힘차게 밀고가려면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데 우리 편에서 빠지기 시작하면 (무섭다.)”며 “대화해야지, 절충해야지, 협상해야지 이런 식으로 물타기가 들어온다”고 공감했다.
김 총수는 “한유총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본다. (한유총이 국회 앞에서 연)집회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야당)정치인들도 붙지 않았나.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당 의원에게) ‘저쪽도 물러설 생각 있어’ 하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도 많이 흔들렸다.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총수는 이에 “박용진 의원이 버틴 것은, 친한 의원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해, 박 의원과 방청객들을 ‘뻥 터지게’ 했다. 그러면서도 “외로움이 보상을 받는 거다”라며 박 의원을 칭찬했다. 김 총수는 또 유은혜 부총리에도 “이건에 관해선 ‘유은혜 장군’이라고 불러줘야 한다”며 적극 칭찬했다.
박 의원은 일요일밤(지난 3일) 유 부총리와 통화했음을 밝혔다. 박 의원이 소개한 이러하다. 결국 ‘흔들리면 안 될 것 같다.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확신을 전하자, 유 부총리도 더 확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 : 이런 저런 전화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은혜 부총리 : (제게도)이런저런 연락들이 오고 있어요.
박용진 의원 : 선배, 여기서 우리 더 흔들리면 안 될 거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우리가 이길 거 같아요. 왜냐하면 오늘 엄마아빠들 집회 보셨죠?
유은혜 부총리 : 그런(우리가 이길) 것 같죠?
다음 날 한유총이 개학연기 투쟁을 시도했으나, 교육부가 달라진 입장을 내놓지 않자 그들의 동력은 확 죽어있었다. 그러자 교육감들도 함께 밀고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어준 총수는 “사실 교육감들도 불안했을 텐데. 두 분(박용진·유은혜)이 버텨주니까 같이 밀고나가게 된 거다. 어디 한 군데서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건데, 도망 못 가게 시민들이 뒤에서 또 받쳐주고 있었다”며 이들을 칭찬했다.
박용진 의원은 “한유총은 이름을 전유총으로 바꿀 수도 있고, 법인 취소되도 다시 할 수 있다. 이분들이 우리아이들을 끝없이 돈벌이대상으로 유치원 교육을 자기사적으로 이용해 학부모 불안을 자극할 일은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 (맞벌이 부부를 위한)국공립유치원 종일반 운영 확대 ▲ 현재 17%에 불과한 국공립유치원 차량운행 확대 ▲ 열악한 처우에 있는 사립유치원 교사들 직접 지원
그러면서 박 의원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는 돌봄과 교육서비스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는 이 타이밍에 쭉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어준 총수는 “이번 (한유총)건 관련해서 모든 관계자들 다 칭찬받아 마땅하고, 25년만에 처음으로 한유총을 상대로 정부당국이 1승을 한 거다. 이때까지 족족이 다 졌다”며 유례없는 일임을 강조하며 “이것이 완승으로 끝날 수 있도록 박용진 의원 계속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일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를 계기로 다수의 사립유치원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전향적 길로 대전환하길 희망한다”며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황무지에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과거의 모습과 단절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유총은 더 이상 교육단체가 아닌 사립유치원의 친목·이익단체로 남게 됐다. 한유총은 정관상 잔여재산을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에 귀속하게 돼 있다. 재산귀속이 끝나면 법인해산등기가 이뤄진다.
한유총은 일단 정부의 굳센 의지에 잠시 백기투항한 것 같지만, 여전히 박용진 3법 등에 대한 수용 등에 대해선 여전히 거부 중에 있다.
그러므로 법안이 통과되고 제대로 된 응징 사례까지 만들어야, 더 이상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비리를 저지르는 적폐를 막아낼 수 있다. 한유총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자한당에 대한 응징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것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사학비리를 파헤치는 향후 계기가 될 것이며, 대놓고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 적폐들에게 커다란 경각심도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