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일본의 떼쓰기식 경제침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 기업들이 박정희 정권에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재조명받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04년 공개한 적이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1966년 3월 18일자 특별보고서 <한일관계의 미래>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박정희 정권에 총 66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이 공개한 내용이기도 하다.
일본 기업들은 1961~1965년 사이 집권당인 민주공화당 총 예산의 3분의 2를 제공했으며 6개 기업이 지원한 금액은 총 6천6백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이 독립축하금 명목으로 지급한 청구권 자금(3억 달러)의 20%가 넘는 금액이 박정희 정권의 비밀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셈이다.
보고서에는 "김종필에 의하면 민주공화당은 1967년 대통령 선거운동 자금으로 2천6백만불이 필요하다고 한다", "(돈은) 한일협상을 증진시키기 위해 김종필에게 지불되고, 또한 여러 일본 기업들에게 한국 내에서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지불된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민주공화당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부터도 자금을 받았는데, 정부방출미 6만톤을 일본에 수출하는 과정에 개입한 8개의 한국 회사가 민주공화당에 11만5천불을 지불했다고 기술돼 있다.
1965년 당시 6천6백만달러면 지금 예산 기준으론 얼마나 될까? 4년전 <중앙일보>가 65년 당시의 8억달러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한 바 있다. 그래서 이를 인용해봤다.
“65년의 8억 달러는 그해 정부 예산(2473억원)의 87%에 해당했다. 2015년 정부예산은 50년 전의 1520배인 376조원이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청구권자금 가치는 327조원에 해당한다.” (청구권 8억 달러 당시 우리돈 2160억 지금 물가로 8조, 예산 기준으론 327조, 2015년 5월 1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올해 예산은 470조원이니, 이를 기준으로 하면 65년의 8억달러 가치는 약 409조원(470조원의 87%)다. 그럴 경우 6천6백만달러는 현재 기준으로 약 33조7천억원 가량 된다고 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과 민주공화당은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쏟아부었다. 특히 3.15 부정선거 이후 최대 부정선거로 불리는 71년 대선에선 국가예산의 7분의 1가량을 썼다(김종필, 강창성 등의 증언)고 한다. 올해 국가예산이 470조원이니 그의 7분의 1가량이라면, 60~70조 가량을 한 번에 쏟아 부었다는 것으로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박정희 정권은 국교 수립 이전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던 일본의 기업자금을 토대로 수립되었으며, 매판 자금 수수에 대한 보상으로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일본은 한국 시장을 헐값에 사들여 이후 40년 동안 한국 경제를 일본 경제에 종속시키고 중간재 수출시장으로 고정시켰다"며 "한일협정 이후 93년까지만 무려 1000억불이 넘는 무역역조를 통해 투자금액의 300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다.
독립축하금으로 건넨 3억불은 결국 일본이 한국에 ‘빨대를 꼽는’ 투자 용도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박정희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까지 쓸어담았다. 그렇게 많이 쓸어 담았으니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제공할 만도 하겠다.
소위 말하는 ‘가마우지’ 경제도 한일협정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난히 ‘수출’을 강조하곤 했지만, 사실 수출에서 나오는 이익의 대부분은 일본에게 빼앗기곤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그렇게 '수출' 노래를 불러댔지만, 언제나 대외무역수지는 적자였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이 거액의 통치자금을 받는 대가로 한일청구권 협정을 체결했다는 이같은 자료로 봤을 때, 한일 협정의 정당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굴욕적인 협정은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