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애순의 ‘공일차원’이 오는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메르스의 재난 당시에도 현대 무용 애호가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았던 이 작품은, 시간을 두고 더욱 강렬한 효과를 창작한 개작을 마치고 국립현대무용단 2016년 시즌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어진 매뉴얼대로 판에 박힌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영웅을 찾는 내용으로, 현실적 모순에 대면해 예술을 통한 가상적 분출구를 마련키위해 안애순 안무는 영화감독 박찬경의 시각연출과, 장영규의 음악 등 각 분야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도했다.
‘공일차원’이란, 공간적으로 0과 1의 조합으로, ‘0과 1’은 이진법의 부호이자, 해당언어이지만 ‘없다’와 ‘있다’를 가리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표현이다. 이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적 삶의 방식인 노동과 생존이 사회에서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작품의 제목 ‘공일차원’은 0과 1의 언어로 이뤄진 컴퓨터 세계를 재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에 매달린 인간의 소외된 사회적 수준과 발달된 기술 사이에 메워지지 않는 괴리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공일차원’은 극도의 경쟁과 피로에 시달리는 현실을 첨단의 컴퓨터 가상세계로 불러낸다. 현실과 자리를 뒤바꾼 가상에서 컴퓨터 게임과 잔혹동화를 통해 개인의 욕망과 억압이 분출하는 심리적 풍경이 드러난다. 가상에서 전쟁과 폭력, 성적 욕망과 병적인 노동윤리가 증폭해 임계점에 다다를 때 우리는 영웅을 호출한다.
‘공일차원’은 위기의 순간에 현실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 영웅을 통해 대중의 세태를 조명한다. 0과 1, ‘있다’와 ‘없다’, 현실과 가상, 위기와 구원이 서로를 지탱하는 무대 위 가상공간에 스며든 범속한 우리의 모습에서 영웅의 이면이 비춰진다.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수동적으로 또는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들은 오로지 매뉴얼과 패턴에 따르고,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점점 입력한 대로 기능하는 기계화되어 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안 감독은 기계처럼 내몰리는 우리의 모습을 다른 위치에서 조명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치닫는, 혹은 모서리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우리의 형상을 아직 추락하지 않고 악착같이 서있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고 있다.
안 감독은 이를 “이 세계의 구성원들이 영웅을 호출키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힘이야말로, 이들로 하여금 지금의 삶을 버텨내게 하는 원천이자, 절망 너머 환희의 힘을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유로운 관점과 시점 이동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안 감독은 이 작품의 의미에 대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억압된 동시대에 던지는 환상과 가상의 분출구로써 고단한 현실을 어루만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