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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판 인어공주 '루살카'...아름다운 아리아 풍성..
문화

체코판 인어공주 '루살카'...아름다운 아리아 풍성

심종대 기자 입력 2016/04/28 07:57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전...드보르작의 대표 오페라 국내 초연 <루살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가장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가 오페라 무대에 펼쳐진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은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보르작의 <루살카>를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이 2016년 시즌레퍼토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이번 무대는 5월 비발디 작곡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와 함께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도전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모두에게 친숙한 작곡가 드보르작, 비발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 <루살카>와 <오클란도 핀토 파쵸>를 국내 초연으로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체코판 인어공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토대로 신비로운 물의 정령 루살카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또한 ‘운디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에 살고 있는 루살카는 인간을 사랑했으나 그 남자에게 버림을 받게 되고 후회해 돌아온 남자를 죽음의 키스로 죽임으로써 인간도 정령도 아닌 깊은 물 속에 갇혀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 순수와 희생, 복수의 여인이라는 이중성을 가진 물의 정령 루살카의 이야기를 작곡가 드보르작은 특유의 다채로운 음악적 어법으로 풀어냈다. 특히 화려한 색체감이 돋보이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가 일품이다.

드보르작의 음악과 대본작가 크바빌의 노랫말이 묘사하고 있는 루살카는 동화 속 인물이라 하기에는 너무 치열하게 남자를 사랑하고 판타지를 즐기기에는 너무 가슴아프게 남자를 죽인다. 그러다보니 루살카 이야기는 아름답고 신비한 인어 이야기가 아니라, 순결과 용감, 헌신의 마음으로 남자를 사랑하다 배신당한 세상 모든 여자들의 장엄한 성장담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루살카 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도 그들이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처절한 심리를 끄집어냈다. 예지바바는 무섭기만 한 마녀가 아니라 누구보다 루살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高僧이고, 외국 공주 또한 승부욕으로 왕자를 유혹하는 섹스 심벌이 아닌 누구보다도 왕자를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해 내적 질풍노도를 겪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루살카의 아버지 보드닉도 생각 없는 물의 요괴가 아니라 리골레토처럼 딸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이다.

또한 엔딩에 나오는 유명한 ‘죽음의 키스’는 한 맺힌 여인의 잔인한 복수가 아니라 목 이룬 性愛의 절정이다. 이 작품의 원전이자 낭만시절 모든 팜므파탈 이야기의 뿌리이기도 한 푸케 소설 ‘운디네’에 묘사돼 있듯, 루살카는 죽음의 키스로 왕자와의 못 이룬 사랑을 완성하고 동시에 왕자의 고통을 종식시킨다.

“그녀는 나를 놓아 주지 않고 점점 더 그를 꼭 껴안고 영혼이 마를 때까지 울었다. 눈물이 그의 눈 속으로 밀려들어 사랑의 고통 속에서 그의 가슴 속으로 물결쳐왔다. 마침내 그의 숨이 끊어지자 그는 아름다운 그녀 팔에서 시체처럼 잠자리의 베게 위로 부드럽게 쓰러졌다”

3막의 마지막에 변덕스러운 인간적 열정의 결과로 죽어가는 왕자를 위해 루살카가 하늘에게 자비를 구한다. 사랑하는 남자를 죽인 여인의 절규 속, 잘라진 거목과 말라비틀어진 호수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는 세상의 잔인함을 경험한 순수했던 루살카가 흘리는 비애의 눈물이자 문명으로 훼손된 대자연의 뿌리에 내리는 소생의 빗줄기로 생명의 힘으로 자연과 인간을 치유하는 희망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국내 초연 <루살카>는 국립오페란 예술감독 김학민이 직접 연출한다. 김학민 예술감독은 “한국 초연 <루살카>의 주제를 ‘여인의 상징’으로 설정하고 막이 변함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가는 여인 루살카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의 흐름에 따라 순수한 지상 낙원으로 묘사되는 1막의 호수가 2막에서는 현란하고 육중한 콘크리트 궁전으로 바뀌고 차갑고 향락적인 문명의 세계로 변모되면서 3막에서는 결국 물이 다 말라버리고 황폐해진 숲으로 바뀌도록해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에 반하는 퇴폐와 몰인간성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를 표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루살카 역에는 소프라노 이윤아가 맡는다. 이윤아는 1995년 뉴욕 시티오페라단 <라보엠>의 미미 역으로 발탁돼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후 매력적인 목소리와 완벽한 연기로 보스톤 리릭오페라, 미네소타 오페라 등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무대를 오가면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탁월한 성악가이다.

또 다른 루살카 역에는 2011년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히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와 함께 스위스 바젤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은 서선영이 함께한다. 특히 2011/12 시즌 바젤국립극장 <루살카>에서 충실한 몰입과 내면의 진솔함을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으로 풀어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유럽 오페라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왕자 역은 독일오페라 무대가 인정한 실력파 테너 강동원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의 차세대 주역으로 급부상 중인 권재희가 맡는다.

테너 강동원은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디플룸과 최고연주자과정과 함께 프라이부르크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발탁돼 활동하다가 카셀국립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주역가수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특히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미성과 강력한 고음이 돋보이는 오페라 레퍼토리의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테너 권재희는 이탈리아 로마 A.I.D.M 아카데미와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거쳐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아카데미 최고 연주자 과정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현재 밀라노 라스칼라극장을 중심으로 밀라노 아르침볼디 극장, 베로나 아레나 야외극장, 카타니아 벨리니 오페라 극장 등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 바 있다.

공연은 28일부터 오는 5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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