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주미 기자] 45년 차 치매 노부부의 로맨스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의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3월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로망’의 주역들인 배우 이순재, 정영숙, 조한철, 배해선, 이예원, 그리고 이창근 감독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영화 ‘로망’은, 75세 조남봉(이순재)과 71세 이매자(정영숙)의 애뜻한 삶과 아릿한 로맨스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지는 이창근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섬세한 연출력과 깔끔하고 감성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부부동반 치매의 소재가 파격적 영화 설정이 아닌 현실을 담담히 반영했다.
영화는 치매인구 70만 명이 넘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공감해야 할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창근 감독은 “영화 속에서 70줄에 들어선 노부부에게 동반치매라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다가온다. 지금의 기억은 사라지고 과거의 기억은 또렷하게 떠오르는, 그러면서 잊고 지냈던 그들만의 로망을 되새겨보는 영화”라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치매라는 병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영화 ‘로망’을 보고 가족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 공감하고 위로를 더 해드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 ‘로망’의 연출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밝혔다.
충북 MBC의 이제혁 피디가 ‘주취폭력’에 관한 시사다큐프로그램을 위해 취재를 하던 중 할머니 한분을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 유가 평생 원수 같았던 남편이 치매에 걸리고 난 후 할머니의 말을 잘 듣고 따르며 귀여워졌다는 이유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군가에게는 ‘악마의 선물’이라는 치매가, 누군가에게 행복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였고 그 것을 모티브로 쓰기 시작해 2013년, ‘로망’의 초고 원작이 나왔다고 했다.
이감독은 “기존의 치매 영화는 가족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많이 담겨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고통보다 두 노부부의 예전의 기억, 사라지는 기억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한번 쯤 다시 생각 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랑이 남사스러운 무뚝뚝한 남편, 조남봉 역(75세) - 택시운전사
올해로 데뷔 63년 차의 이순재 배우는 영화, 연극, 드라마, 후학 양성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국민배우이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서 치매에 걸린 아내(정영숙 분)를 돌보는 남편 역으로 열연했었으며, 정영숙 배우와 영화 ‘로망’에서 또 다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천하고 일깨워주는 이순재 배우는, ‘로망’의 시나리오를 읽고 조건에 상관없이 제대로 연기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히며 캐릭터를 소개 해 나갔다.
“조남봉은 한집안의 가장으로써 택시 운전을 하는 인물이다. 직업의 특성 상 다양한 사람들을 응대하다보니 예민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일을 하는 가장으로 가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못 되었다. 괴팍하고 가부장적인 인물이나 가족애(愛)만은 강한 인물”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는, 평생 살아왔던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이다. 결국 사랑이 바탕이 되고 그것이 바로 한가정의, 부부의 로망이란 것, 결정적인 위기에 닥쳤을 때 같이 있을 사람은 부부밖에 없다는 걸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매일매일 반가운 아내, 이매자 역(71세) - 가정주부
‘엄마 없는 하늘아래(1977년)’영화에서 엄마 역을 연기한 정영숙 배우. '로망'을 연출한 이창근 감독은 어릴 적 정영숙 배우의 이 작품을 보고 감동하였고, 로망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창근 감독은 '로망' 영화 속의 매자 역은 정영숙 배우 외에는 떠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눈부시고 애틋하게 이매자 역을 연기한 정영숙 배우는 “우리들의 인생사에 가족의 드라마가 있듯이 ‘로망’ 속 가족에서 한 가족의 일원으로, 알콩달콩 일생을 잘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이매자 역을 맡았다. 열심히 살아가며 아들을 사랑으로 키웠지만 사회적으로 일이 풀리지 않는 아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 가부장적인 고집스럽고 소통이 덜 되었던 남편, 그런 남편이지만 한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그를 내조할 수 밖에 없었다. 살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미처 다 못하고 결국 치매에 걸려 역경을 마주하게 된다”라고 본인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나이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던 중 이런 캐릭터 출연 제의가 의미가 있었다.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시나리오를 보고 뭉클했고, 연기를 위해 직접 요양원도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친분이 있는 분 중에 치매가 온 분이 있다. 혼자 외롭게 지내다 보니까 우울증이 오고, 우울증이 더 심해지면서 치매가 오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젊은이들, 어르신들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많이 봐 주시고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전하며 영화에 힘을 보탰다.
가장(家長)이 가장 어려운 아들, 조진수 역 -박사출신 백수
방송, 드라마, 연극 등 전방위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만능배우 조한철은 흥행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며 자타공인 대세 배우로 등극했다.
조한철 배우는 “고학력이지만 무능한 백수 가장, 조진수 역을 맡아서 아버지의 눈치를 많이 보고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아내를 많이 사랑하는 스탠다드한 평범한 인물”이라고 배역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영화 속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관객들께서) 더욱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또 “한 집안에 치매라는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영화를 준비하고 연기하며 관계 속과 세월 속에서 만들어지는 히스토리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그 시간을 보내며 깊어지기도 하고 관계가 끊어져버리는 일에 시나리오를 읽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치매는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하고 준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인사로 “영화 ‘로망’은 귀한 영화이다.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명장면이 많은 영화이다. 꼭 챙겨보시면 좋겠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외조도 내조도 똑 부러지는 며느리, 김정희 역- 학원강사
배해선 배우는 최근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황정민 분)의 엄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며 무대 및 영화, 드라마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실력파 배우이다.
이매자가 참고 인내를 하고 평생을 살았다면 정희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피력하는 꿋꿋한 며느리다.
배해선 배우는 “고학력이지만 특별히 벌이가 없는 남편을 대신해서 밥줄을 책임지고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를 키우는 슈퍼우먼처럼 똑 소리 나는 부인, 김정희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고 선생님들과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사회의 이야기가 되어서 더욱 가슴에 박혔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독님께는 너무 특별한 이야기로써만 풀어가지 않은 것이 감사했다. 특별함보다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에 있을 것 같은 장면들을 확대경을 가지고 들여 다 본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해 주시고 오랫동안 기억해 주실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인사를 마무리 했다.
할머니를 사랑하는 깜찍한 손녀, 조은지 역
이예원 배우는 이창근 감독이 모 드라마에서 보고 직접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예원 배우는 차세대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아역 배우였고 감정을 몰아치는 집중력이 어마어마하고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 배우이다. 앞으로 잘 지켜봐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배우 김기천과 여무명이 출연하여 감초연기로 극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고 연기파 부부, 진선규 배우와 박보경 배우가 젊은 시절의 조남봉과 이매자 역으로 우정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 외,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배역에서 크고 작음 없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이창근 감독은 “많은 장면과 대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로망’을 보시고 지금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만 달려가지 말고 한번쯤은 주변을 살펴보고 또 뒤도 한번 돌아보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라고 인사를 했다.
감독의 마지막 소감이 먹먹했다. “불효자가 만든 영화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로망'은 관객들의 공감과 반향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창근 감독이 연출하고 메이스엔터테이먼트, 제이지픽쳐스, MBC충북이 제작한 영화 ‘로망’은 러닝타임 112분으로 전체관람이 가능하며, 돌아오는 4월 3일에 극장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