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신의 이름은 자비입니다>는 자비의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 전문기자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와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자비의 희년이란 가톨릭에서 신도들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은혜로, 희년은 25년을 주기로 하는 정기희년과 교황의 권한으로 선포하는 특별희년이 있다. 2015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해 12월 8일에 시작해 2016년 11월 20일 끝나는 자비의 특별희년을 선포했다. ‘자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자 교황직의 핵심가치로, 이 책에서 ‘자비’라는 하느님의 빛이 시대의 아픔에 닿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교황의 대담을 진행한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바티칸 전문기자로 ‘바티칸통’ 중에서도 최고의 정보력과 정확하고도 풍부한 지식을 지닌 기자로 꼽힌다. 그는 콘클라베가 끝나기 전 유일하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선을 점쳤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을 반포한 바로 그날, ‘자비와 용서’라는 단어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뜻하는 바가 보여주자는 그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숙소인 바티칸의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진행된 대담의 결실이다.
‘인류는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어요. 인류는 어떻게 그 상처를 치료해야 할지를 모르거나 그 상처들을 치료하는 것이 아예 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어요. 사회적 질병만 있고 가난과 사회적 배척으로 제3천년기의 여러 가지 노예 상태로 상처 입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주의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모든 것이 동등해 보이고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는 거죠. 이 인류는 자비를 필요로 합니다.’-47p <제1장 자비의 시대>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번째 예수회 출신, 2013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2014년 미국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던 1위, 바로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다. 교황 즉위 후 그는 그동안 가톨릭교회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그가 보여주는 ‘과격’이란 다름 아닌 ‘자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아프리카 난민들이 있는 곳으로 사목방문을 했고, 첫 번째 교황축일 때 로마의 노숙자들을 초대했다.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오직 남자들만 대상이었던 세족식을 여자들뿐만 아니라 재소자들과 이교도들을 찾아가 행하면서 가까이 몸을 숙였다.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장애인 요양시설과 꽃동네를 방문하는 등 우리 사회에 가장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한걸음으로 달려갔다. 이렇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 겸손, 소박함의 대명사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따라 종교와 이념, 부와 가난, 인종 등 경계를 넘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이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교회는 단죄하려고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자비라고 하는 그 애끓는 사랑을 만나게 하려고 있습니다. 이 만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가 자주 반복하는 말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어요. 성당에서, 본당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나가서 사람들이 살고, 고통받고, 희망하는 곳으로 그들을 찾아가는 것입니다.’-98p. <제5장 ‘지나친 자비’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동성애, 낙태 등에서도 열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만, 사회적으로 그들을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종교를 믿지 않으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라면서 무신론자들이나 타 종교인들을 끌어안는다. 이러한 ‘포용’은 <신의 이름은 자비입니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자신이 강력히 원했던 특별희년의 이유를 젊은 날의 추억과 사목자로서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윤리적이고 신학적인 문제들을 무시하는 일 없이 교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단호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솔직 담백한 대화를 통해 자비, 정의, 부패 사이의 관계를 매듭 지으려는 일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대면하려고 한다. 스스로 ‘의인들 속에 낀다’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는 “교황도 하느님의 자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라면서 상기시키고 있다.
<신의 이름은 자비입니다>는 삶의 의미를 찾고, 평화와 화해의 길을 찾고, 신체적.정신적 상처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려는 교회 안팎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 닿기 위한 그의 열망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상처와 분노, 증오로 얼룩진 시대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유일한 덕목인 ‘자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는 동성애자인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먼저 ‘사람’이 있습니다. 온전함과 존엄성을 지닌 사람이요. 사람은 그이 성적 경향으로만 규정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사랑받는 피조물이요, 그분의 무한한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저는 동성애자인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것, 주님 가까이 머무는 곳,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109p. (제6장 ’율법학자가 아니라 목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