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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후암의 '코리아특급' - 자이니치 코리안의 마지막 이야기

이주미 기자 astrojumi@naver.com 입력 2019/03/29 21:26 수정 2019.03.30 19:28
'시대와 역사,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조명하다'
연극 '코리아특급' 포스터 (제공=극단 후암)

[뉴스프리존=이주미 기자] 극단 후암의 ‘코리아특급(차현석 작,연출)’이 대학로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6층에서 3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 공연한다.

극단 후암은 2014년부터 <자이니치(在日)코리안 3부작>을 기획하였었고, 연극 ‘자이니치’, ‘칸사이주먹’을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왔다.

자이니치의 마지막 이야기인 ‘코리아특급’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이니치로 일본에 살고 있는 형제들의 숨겨왔던 사건들이 하나씩 터지면서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코리아특급’은 2016년에 공연되었던 차연석 작,연출의  ‘칼의 기억 히젠토(肥前刀)’를 더욱 탄탄하게 발전시켜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연극 '칼의 기억 히젠토' 포스터 (제공= 극단 후암)

히젠토(肥前刀) 칼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경복궁의 황후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토오 가쓰아키가 사용한 칼의 이름으로, 그가 1908년 구시다(櫛田)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 당시 우익단체 소속이었던 ‘토오 가쓰아키’는 일본 문필가의 기록 등에서 명성황후를 살해한 가장 유력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혜문 스님이 2006년 문화재 환수운동을 하면서 자료를 조사하러 일본에 갔다가 이 칼의 존재를 알게 돼 구시다 신사에 들러 칼과 칼집, 봉납기록을 확인했다. (사진출처=혜문스님)

16세기에 만든 이 망국의 칼은 길이 120㎝, 칼날 90㎝이며,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일순전광자노호 一瞬電光刺老狐)'라고 새겨져 있다. 신사에서는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라고 적힌 문서를 보관 중이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배우 신현종(유지 역)

‘코리아특급’에서 일본신사에 보관된 명성황후를 시해 검인 히젠토를, 형제들 중 한명이 몰래 집어 교토 집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나온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왼쪽부터_배우 최현섭, 김병수, 최은경, 신현종, 서삼석, 윤상호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왼쪽부터_배우 최현섭, 김병수, 이현지, 이성원,서삼석, 윤상호

이 연극의 내용은 침몰된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의 '조선인 생존자 자녀들'의 이야기다.

1945년 8월 24일 일본 교토 마이즈루 항 앞 바다에서 일본 강제 징용자 조선인들 약 5000명을 태운 우키시마마루 호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나이 12살인 재일 조선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1933-2002)는 가족들을 다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그는 교토에서 정착해서 또 다른 재일 조선인 여자와 결혼 하여 슬하에 6남매를 두었으며 평생 우키시마 호의 유해 발굴에 노력하다가 2002년에 사망하였다. 큰 아들 ‘유지’는 교토에서 검도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둘째 ‘히로시’와 막내 ‘히데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해 발굴을 하는 민간 잠수부로 활동, 막내 ‘히데오’는 2년 전 한국의 선박침몰 사고에 구조 현장에 갔다가 바다 속에서 뭔가를 봤다면서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 ‘타로’는 야쿠자가 되었고 넷째인 이란성 쌍둥이 ‘타케시’는 의대 출신으로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법고시 준비를 하고 있으며 타케시의 쌍둥이 여동생 ‘유리코’는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 중이다. 

국가의 역사, 과거, 아버지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빠들을 만나기 위해 넷째 동생인 ‘유리코’가 자신의 생일인 2016년 9월 20일 교토에 오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배우 최은경 (넷째. 이란성 쌍둥이 유리코 역)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배우 윤상호 (넷째. 이란성 쌍둥이 다케시 역)

유리코는 같은 날 태어났지만 성격이 너무도 다른 이란성 쌍둥이 오빠 타케시와 대조를 이루며 시대의 아픔과 절망을 씁쓸하게 서사하면서도 코믹하게 풍자한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배우 최은경
연극 '코리아특급' 작, 연출의 차현석 극단 후암대표

영국 런던과 스코틀랜드, 일본 동경, 교토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차현석 작,연출은 “살면서 소외되었던 이야기, 잘 모르고 무심코 지나왔던 이야기를 찾아내어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를 통해 시대와 역사,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조명하고 싶었다. 진지하지만, 또 진지하지 않게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극단 후암의 전 작품과 자이니치 시리즈의 마지막인 '코리아특급'에 관심을 가져주신 관객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더욱 진화해 나아가고 관객들과 소통 할 수 있는 작품들로 관객분들의 성원에 보답해 드리고 싶다. 공감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또 무대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배우님들과 함께 다시 인사를 드리겠다"고 전했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배우 김병수, 서삼석, 이현지, 이성원

‘코리아특급’ 연극에서는 배우 신현종, 이성원(첫째. 야마모토 유지 역), 김병수(둘째. 야마모토 히로시 역), 서삼석, 명인호(셋째. 야마모토 타로 역), 윤상호(넷째 이란성 쌍둥이. 야마모토 타케시 역), 최은경, 이현지(넷째 이란성 쌍둥이. 야마모토 유리코 역, 최현섭(막내. 야마모토 히데오 역)이 열연하여 극을 더욱 세밀하고 몰입감있게 만들었다.

연극 '코리아특급' 리허설

형제간의 우애와 갈등을 희극적으로 연출한 이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70분간 공연되며 30일에 막을 내린다. 

돌아오는 오는 4월, 극단 후암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창작극으로 관객들에게 선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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