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LG아트센터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전통을 뒤흔드는 파리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돌아온다.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연출가 오스터마이어는 지난 2005년 LG아트센터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첫 내한작 <인형의 집-노라>에서 주인공 노라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2010년 남산예술센터에서 <햄릿>에 이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헨리크 입센의 고전 <민중의 적>으로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토마스 오스티마이어 연출의 <민중의 적>은 2012년 아비뇽 페스티벌 초연 후 런던 바비칸센터, 미국 BAM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세계 유수의 공연장과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1882년 헨리크 입센에 의해 쓰여진 사회문제극 <민중의 적>은 토마스 오스트마이어를 만나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주인공을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의 힙스터로 설정했다.
그는 원작보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젊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베를린에는 매우 지적이고 정치적으로 깨우친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사회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선 매우 유약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젊은이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민중의 적>이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은 “이것이 단지 독일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지는 공통점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젊은 아내와 갖난 아이를 둔 스토크만 박사는 온천도시로서 이제 막 각광받기 시작한 이 마을의 온천수가 근처 공장 폐수로 인해 오염된 사실을 알고, 이를 언론에 폭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의원의 형 피터는 관광도시로서 받게 될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수도관을 새롭게 건설키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이 사업을 추진했던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동생의 폭로를 저지하려 한다.
오염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당시에 기사화를 약속했던 신문기자들 역시 스트크만 박사의 형의 외압 속에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스트크만 박사는 ‘직업, 집, 앞으로의 미래’를 송두리째 읽게 될 절제절명의 순간에 관객들을 향하여 외친다.
스트크만 박사가 시청에서 군중들을 모아두고 벌이는 연설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오스터마이어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을 토론자로 끌어들인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투어하면서 관객들과 배우들 사이에서 열정적인 토론이 펼쳐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객들은 이 문제를 단지 개인의 용기나 도덕적 청렴함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장치, 경제적 현실로까지 그 이슈를 확장시켜 ‘내가 스토크만 박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게 된다.
오스터마이어는 한 인터뷰에서 “대중을 선동키 위한 작품이 아니라, 이런 연극적 경험을 통해 현실 속에서 ‘NO’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일상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희망사항을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파격적인 스토리전개, 시각적 명징함, 음악성으로 관객들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작품을 발표해 온 그는 이번에는 무대 세트를 과감히 걷어내고 검정색 커다란 칠판을 벽으로 사용, 그 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의 가구와 풍경을 매일매일 화가로 하여금 새로 그려 넣게 한다. 이는 무대를 최소화해 ‘텍스트의 핵심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우들은 공연 내내 데이빗 보위의 <Changes> 등의 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이는 “연극의 감정적 파워를 더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극에서 배우의 역할을 그 무엇보다도 강조해 온 오스터마이어는 이번에도 샤우뷔네 베를린의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이끌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