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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안 되는 역사'.. 집단학살의 가해기관 책임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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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안 되는 역사'.. 집단학살의 가해기관 책임자인 경찰청장, 4.3 공식사과의 뜻 담아 헌화

임병용 기자 입력 2019/04/03 21:01 수정 2019.04.03 21:14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엄수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에 4·3 추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부터 1954년까지 7년여 동안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진압 과정에서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인 2만5000~3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대한민국 역사 중 가장 비극적 사건 중 하나다.

이 사건은 1947년 3.1절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를 계기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간 제주도 전역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사건 71주년을 맞아 “4.3의 완전한 해결이 이념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라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더딘 발걸음에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주 4.3은 여전히 봄 햇살 아래 서 있기 부끄럽게 한다”며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배·보상 문제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혼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제주도민의 강인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0주년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낙연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4·3의 진실 채워나갈 것"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여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추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주도민 여러분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제주 4ㆍ3사건 당시 7살이었던 김연옥(78) 할머니는 부모와 가족들과 함께 서귀포시 정방폭포 옆 수형소에 끌려간 후 혼자 살아남았다. 김 할머니는 부모와 가족이 아무런 이유 없이 군경에 의해 처형당한 후 정방폭포 앞바다로 떠내려가는 모습을 평생 동안 가슴에 묻고 살았다.

김 할머니의 손녀 정향신(23) 씨는 3일 오전 제주 제주시 봉개동 제주4ㆍ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1주년 제주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할머니의 사연을 울먹이며 풀어나갔다. 손녀의 울먹임에 추념식장에 앉아있던 김 할머니도 끝내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사연을 다 읽은 손녀가 곁으로 다가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었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이날 4ㆍ3 희생자 추념식은 ‘다시 기리는 4ㆍ3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4ㆍ3 생존 희생자와 유족, 도민, 여야 5당 지도부와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추념식은 4ㆍ3 희생자들이 겪은 억압과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ㆍ3생존 수형인 18인의 ‘공소기각’ 판결을 형상화한 퍼포먼스 ‘벽을 넘어서’로 시작됐다. 고령의 생존 수형인 일부도 이날 퍼포먼스에 직접 참가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

이어 도올 김용옥 선생은 미래를 향해 71주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를 담은 '제주평화선언'을 낭독했고, 배우 유아인과 전국 각지에서 온 대표 6명은 4ㆍ3사건을 기억하겠다는 내용의 ‘71년의 다짐’을 발표했다.

집단학살의 가해기관 책임자인 경찰청장, 4.3 공식사과의 뜻 담아 헌화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한 당시에도 국방부와 경찰은 ‘해당 사건은 군과 경찰이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며 사과나 유감 표명을 외면해왔었다.

"4.3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글귀를 남겼다. 제주의 소리

오늘 국방부는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71년 만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제주 4.3 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며 공식적으로 71년 만에 첫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광장문 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는 양민학살의 가해기관 책임자인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애도를 표명했다. 11시 추념식장에는 4‧3항쟁 이후 70여 년 전 집단학살의 최전선에 있었던 경찰들을 대신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하여 헌화하였고 청와대에서도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하여 헌화 하였다. 문재인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민갑룡 청장은 공식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합니다. 이를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경찰도 이에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유아인, 제주 4.3 사건 추념식 참석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배우 유아인 씨가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되새겼다. 3일 유 씨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전국을 대표하는 각 세대 시민 6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유아인 씨의 추념식 참석은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권유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념식에는 도올 김용옥 선생도 참석해 '제주평화선언'을 낭독했다.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낭독하는 배우 유아인 씨. KBS

유아인 씨는 '71년의 다짐'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라 제주 4·3 사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했다. 그는 "도올 선생님과 함께했던 방송에서 고백했었다. 부끄럽게도 저도 4·3을 잘 몰랐다. 어떻게 불러야 했는지도 몰랐고, 왜 우리가 몰라야 했는지도 몰랐다. 그걸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하지만 4·3을 접하고 조금씩 알게 되며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소환하고 현재로 만들어야 하는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순이 삼촌’의 한 구절인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누구 한 사람,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를 낭독했다.

유아인 씨의 추념사를 들은 누리꾼들은 “의미 있는 추념사 잘 들었어요”, “덕분에 4 ·3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추념식에 참석해 의미를 빛내준 유아인 씨 멋진 행보입니다. 응원할게요”, “찾아보니 너무 가슴 아픈 역사이다. 잘 몰랐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제주 4·3 사건은 기억해야 할 역사”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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