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 “가만히 있으라, 권력이 제 아무리 침묵을 강요해도 우리는 이곳 광장에 모여 진실을 요구하고 정의를 바로 세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다가 아닌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슴에 묻은 304개의 이름 하나하나가 때로는 촛불이 되고 때로는 정의가 되었으며 때로는 눈물이 되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 참석, 위와 같이 추도했다. 서울시는 이날 행사를 4.16연대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박원순 시장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 머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준 바 있다. 세월호 천막은 지난 2014년 7월 설치된 이후, 약 1700여일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박 시장은 또 박근혜를 몰아낸 광화문 촛불 혁명 때도 여러 모로 편의를 지원하는 등, 소위 ‘우렁각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봄은 왔다. 슬픔과 분노를 간직했던 4월의 봄이 왔다. 아이들이 봄꽃으로 찾아온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바람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문 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며 “그 시간동안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친구가 되기 위해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행동하고 실천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라, 권력이 제 아무리 침묵을 강요해도 우리는 이곳 광장에 모여 진실을 요구하고 정의를 바로 세웠다”라며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관련 무지막지한 훼방에도 끝까지 정의를 지켜냈음을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우리 아이들이 바다가 아닌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시간은 세월호 이후에 달라져야 했습니다. 세월호는 단순한 재난과 참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존재근거 그 자체를 묻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곳에 함께 와있을지 모르는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책임의 역사, 안전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그동안 가슴으로 고통을 견뎌왔을 우리 세월호 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들이 버텨주셨기에 우리 모두 함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라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