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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위한 행진곡’백기완, 10년 만에 대중과 만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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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위한 행진곡’백기완, 10년 만에 대중과 만난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한마당

임병용 기자 입력 2019/04/25 00:06 수정 2019.04.27 22:35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한마당에서 백기완 선생이 참가자들이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장건섭 기자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 기념 및 백기완 선생 87년 인생의 바라지(중심)이자 민중사상의 원형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장건섭기자

독재정권에서도 견뎌낸 여든일곱 살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주먹을 쥐었다. 팔을 위아래로 흔들자 백발이 흩날렸다. 그리고 백 소장은 자신이 감옥에서 쓴 글에 가락을 붙인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백 소장을 둘러싼 '버선발들'이 소리를 보태자 거리에서, 광장에서, 농성장에서 울려 퍼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백기완 통일연구소소장

아직도 힘없는 사람들에게 약자에게 힘을 준 노래패의 기본이 된 노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지난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버선발 이야기>(오마이북 출간) 출판기념 한마당의 마지막 장면이다.

죽을 각오로 백 소장이 10년 만에 책을 내놨다. 민중예술과 사상을 담은 소설 <버선발 이야기>다. '버선발'은 맨발, 즉 벗은 발을 뜻하는 말로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시 백 선생의 힘을 얻고자 모여든 독자들과 지난달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소장은 이 책을 소개하며 "민중의 삶과 생각, 예술, 사상, 꿈이 그대로 담겨 있다. 너도, 나도 올바로 잘사는 세상 '노나메기'를 꿈꾸며, 우리 사회를 향해 근본적인 말뜸(문제 제기)을 던진다"라고 했다. (관련 기사 : 87세 백기완 선생이 '목숨 걸고' 쓴 글... "이런 글은 없었다") "백기완 선생님은 현대사에서 하나의 '사건' 같은 존재" 

민중가수 박준. ⓒ 장건섭 기자

이날 첫 마당 문을 연 건 대중가수에서 민중가수 정태춘씨다. 정씨는 "백기완 선생님은 우리 현대사에서 하나의 '사건'과 같은 존재"라며 "모든 시대가 '사건'을 통해서 깨닫고, 한 발 나아가듯이 백 선생님은 우리 시대에 울림을 준 큰 사람"이라고 했다.

또, 약자의 노래소리가 울려 나갔고 노래와 연주로 꾸며진 축하 마당도 열려 김호철, 박준과 비정규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가락만 울려 퍼진 건 아니다. '거리에 시인'으로 불리는 송경동 시인은 콜텍 농성장에서 쓴 '백발의 전사를 위해서'라는 시를 낭송했다.

이후에 백 소장을 비롯하여 5인이 함께하는 이야기 마당에선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잘 알려진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와 양규현 전국노동자협의회 2대위원장,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노순택 사진가가 관객들 앞에 나서서 이 백 소장에 얽힌 추억을 꺼내놨다.   

왼쪽부터 전노협 2대 위원장 양규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백기완 선생,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사진가 노순택. ⓒ장건섭기자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열리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성당이 가득 차 있다. ⓒ 장건섭기자

이후에는 해고자 복직을 위한 마당 노순택 사진가는 "5년 전, 김수억(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이 해고됐다 복직해 다시 받은 첫 월급을 털어 백기완 선생님을 모시고 '스승의 날'을 마련했다"라며 "그날 백 선생님을 찍은 사진들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걸 보고 백 선생님이 조용히 우는 걸 봤다. 김수억이 그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와 우는 백 선생님을 보고 난 후부터 백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어 책 <버선발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거리 장면도 연출됐다.

책 내용을 정리해주는가 하면, "버선발이 발을 굴러 바다를 땅으로 만든다. 이걸 버선발이 나서서 나뉘었으면 싸움이 없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니나(민중)들이 아우성을 치는데, 이렇게 쓴 이유가 무엇입니까"(유홍준 교수)

뒷 이야기도 이어갔다. "나눠주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근데 바다를 땅으로 만들어 나뉘었더니 사람들이 '내꺼'라고 한다. 바다가 없어진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고 버선발이 크게 놀란다. 사람이란 게 그렇다. 마음대로 가져가라 하면,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나눠도 부족하다. 자본주의는 '내꺼'라는 데서 시작됐다. <버선발 이야기>는 자본주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다"(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니나(민중)들이 세상을 갈아엎는 장면에서 예술가들이 맨 앞에 선다. 예술의 힘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큰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노순택 사진가)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는 것이다. 혁명가가 썩어 문드러지면 예술가가 혁명가가 되는 거다."(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13년 농성하면서 힘들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백 선생님뿐"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는 것이다. 혁명가가 썩어 문드러지면 예술가가 혁명가가 되는 거다" ⓒ 장건섭기자
참가자들이 전한 꽃다발을 든 백기완 선생. ⓒ 장건섭기자

이날은 역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백 소장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백 선생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리 용균이를 찾아와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라며 "선생님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피해자 콜텍 김경봉 조합원은 "13년 농성을 하면서 정말 힘들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백 선생님뿐이었다"라며 "힘의 원천인 백 선생님이 이 땅에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자리에 함께 해온 사진과 영상으로 백 소장을 기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행사장 1층에는 강윤중, 강재훈, 김봉규, 노순택, 박승화, 서성일, 이상훈, 이정용, 정지윤, 정택용, 홍진훤 등의 사진작가들과 이윤엽 판화가와 전진경 작가가 참여한 전시회가 열렸다. 권오정 독립 PD는 영상물로 백 소장을 기록했다. 통일문제연구소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한 이날 출판 한마당은 백 소장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한 달도 못되어서 백 소장의 신간은 지난 3월 출간한 <버선발 이야기>는 약 한 달 만에 총 1만 부 넘게 팔렸으며, 각 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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