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 “오늘로 5·16 군사혁명 58년이다. 이날은 이승만의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이 시작된 출발점이다. 박정희 매도가 유행이지만 엄연한 역사를 바꾸지는 못한다.”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16일자 칼럼)

양상훈 < 조선일보 > 주필이 5월 16일 오늘에 대해, 박정희의 5.16 쿠데타(군사반란)을 ‘군사 혁명’으로 찬양했다. 특히 양 주필은 “5·16은 이승만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 출발한 날”, “기적의 리더십 없었다면 지금 잘돼도 태국 정도일 것”이라고 쓰는 등, 5.16 군사반란을 찬양하기에 그지없었다.

사실 군사혁명이란 말은 성립될 수 없다. 박정희는 국민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몰래 모두 잠든 새벽에 군을 이끌고 정권을 탈취하지 않았나. 국민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닌데 무슨 ‘혁명’이라는 단어를 거창하게 붙일 수 있나?

양 주필은 “기적의 리더십이 흙집 국가였던 1875년부터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까지 연이어 태동했다. 이승만 1875년, 구인회 1907년, 이병철 1910년, 정주영 1915년, 박정희 1917년, 최종현 1929년, 김우중이 1936년에 태어났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물들이 50~60년 동안에 한꺼번에 태어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썼다.

독재자 이승만·박정희와 함께 ‘정경유착’으로 무럭무럭 큰 재벌 총수 1세대들을 적극 옹호한 것이다.

양 주필은 “이승만의 자유민주 건국과 농지개혁, 국민교육 제도 확립, 한미 동맹 쟁취의 바탕 위에서 박정희가 외자 도입, 수출 입국, 전자·중화학 육성, 농촌 혁명 전략을 밀어붙였다. 수천년 농업 노예(노비) 국가를 근대 공업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기치였다”며 독재자들을 적극 극찬했다.

양 주필은 또 재벌총수 1세대들의 어록들까지 인용하며 “기적의 역사를 써나갔다”고 적극 찬양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일부에서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폄훼하는 것은 자부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고는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 그 실천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박정희 욕보이기, 지우기부터 그만뒀으면 한다”고 썼다.

5.16을 맞아 박정희와 재벌 총수들의 ‘경제성장’ 업적을 강조하며, 마치 이들이 없었으면 한국은 여전히 가난에 찌들었을 거라고 그리 우기고 싶었나보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장시간 일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 국민 아니었는가. 게다가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이다. 특히 양 주필이 인용한 전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우중이 한 말 (당신들은 하루 8시간 일하지만 우리는 24시간 일한다)만 봐도 얼마나 한국인들이 얼마나 미친 듯이 혹사당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제쳐두고 소수 기득권의 업적만 강조하려는 글로 보여 매우 찝찝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승만·박정희 정권과 재벌총수들이 만든 최악의 체제이자, 지금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바로 ‘정경유착’이다. 저들 재벌총수들 모두가 끈끈한 정경유착으로 특혜를 누리며 사업 범위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바둑 용어로 잘 알려진 ‘대마불사’라는 걸 그대로 믿었는지, 금융권에서 마구 빚을 끌어다 써서 기존 핵심사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까지도 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손을 댄 것이다. 또 그 빌린 돈으로 전국에 마구잡이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아, 전국의 부동산 값을 폭등시킨 것도 재벌그룹들의 악랄한 행태 중 하나였다. 그것 때문에 빈부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결국 그런 군사독재정권과 재벌그룹들이 합심해서 저지른 만행은 이후 IMF 사태로 돌아왔고, IMF 이후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서민들은 고통을 여전히 실감하고 있다. 비정규직, 저임금 등으로 고통 받으면서 말이다. 그 때문에 남은 단어가 N포세대, 헬조선, 지옥불반도와 같은 단어 아니겠나. 최소한 명과 암은 함께 다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