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종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극작가 손톤 와일더의 ‘가까스로 우리(The Skin of Our Teeth)’가 국립극단의 ‘젊은연출가전’ 시리즈 12번째 작품으로 박지혜 연출과 만나 오는 26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결혼한 지 오천 년이 된 ‘앤트러버스’ 부부를 중심으로 소개되는 ‘가까스로 우리’는 하루도 무사한 날 없이 ‘가까스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전 인류사에 대한 풍부한 비유, 상징이 담긴 원작을 박지혜 연출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인물 간 ‘관계’에 집중했다.
지난 9일 오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연극 ‘가까스로 우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박지혜 연출이 참석했다.
올해 국립극단의 주제인 ‘도전’과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그동안 한국연극계 신진 연출가를 여럿 '젊은연출가전'을 통해 소개했다. 국립극단의 올해 주제는 '도전'인데, 미학적, 형식적 주제를 시도하겠다는 큰 틀에서 어울리는 작품을 선택했다.”면서, “박지혜 연출이 '가까스로 우리'라는 제목으로 원작을 번역하고, 번안을 새롭게 하면서 고생 끝에 이 작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였다. 손톤 와일더는 참전용사였기 때문에 직접 전쟁을 체험하고, 누구보다 삶과 죽음의 고뇌를 가진 작가가 됐다”면서, “‘우리 읍내’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든 작품이 우주에서 시작해 공연 현장으로 축소되는 과정이 있다. 작품이 편지를 보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 편지의 주소가 우주, 세계로 시작해 어느 마을 집으로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심종대 기자
김 감독은 또 “이 작품은 기독교적 성경에 나오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창세, 홍수, 전쟁 등 성경에 나오는 주요 사상을 다루고 있다”면서, “주인공 이름이 ‘앤트러버스’(Antrobus)이다. 그리스어로 뜻이 ‘인류’(Anthropos)로, 개인 등장인물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온 주요 이정표를 겪는 초역사적 인물로 구성됐다. 위기에 처한 순간을 다룬 작품을 다룬다. 그 위기를 인간이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그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 '도전'이어서 우리 주제와 맞물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박지혜 연출에 대해 “굉장히 좋은 연출가로, 방 하나를 꾸며 놓고, 연극으로 풀어가는 게 관습과는 거리가 먼 연출가로, 어쩌면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고, 연극의 가장 근본적인 놀이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현대의 여러 가지 위기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시대적 특성과 연극을 탈 관습적으로 선보이는 연출적 도전을 소재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지혜 연출은 ‘가까스로 우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품을 3~4년 전 미국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됐고, 폴라 보겔이라는 작가의 희곡을 검색하다가, ‘가까스로 우리’의 서문을 그가 쓴 것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손톤 와일더는 ‘우리 읍내’ 밖에 몰랐다. 웃으면서 봤다.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의미와 상징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작품 세계가 희극적이면서도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서, 작품을 고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연출은 원작과 수정된 부분에 대해 “대본에 극장 이름을 밝히게 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것을 노출하면서 이것은 연극이라는 것을 알린다. 공간성을 느낄 수 있는 지명들을 넣어서 소극장판, 서울역이라는 '공간'에 있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배우들이 실제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리허설 과정에서 같이 찾아냈는데, 새롭게 수정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