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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라오스댐 붕괴'…먹구름 낀 '배상처리'..
경제

SK건설 '라오스댐 붕괴'…먹구름 낀 '배상처리'

백성진 기자 입력 2019/06/03 22:55 수정 2019.06.03 23:19
현지 정부 부실시공 결론…설계도면 변경·부실 징후에 보험처리 '글쎄'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라오스 댐 사고 당시 피해 복구 작업을 점검 중이다@SK건설]

라오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생한 댐 붕괴 사고에 대해 SK건설의 '부실시공'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지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른 정황상 SK건설이 가입한 '건설공사보험'만으로는 배상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SK건설의 부실시공을 지난해 수력발전용 댐인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 일부가 붕괴된 이유로 적시했다. 조사위는 댐 기초 지반을 구성하는 토사층에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던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SK건설은 라오스 측의 사고 원인 발표에 대해 안재현 대표이사 사장 명으로 반박문을 발표하며 "라오스 당국의 조사결과는 과학적 근거가 모자랐고, 사고는 자연재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2월 착공에 들어간 라오스 댐은 세피안-세남노이 지역의 수력발전 프로젝트 일환의 하나로, 발전(發電)용 댐이다. 댐 시공 당시 SK건설과 발주처인 PNPC 합작사는 현지 보험사인 '제네럴라오스'(원수보험사)에 6억8000만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보험에 가입했다.

PNPC는 SK건설(26%), 한국서부발전(25%), 태국 RATCH(25%), 라오스 LHSE(24%) 컨소시엄이 사업수행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여기서 최다 지분을 가진 SK건설이 시공을 담당하고, 25%의 지분을 가진 서부발전이 댐 운용과 정비를 맡았다.

붕괴가 없었다면 댐 건설이 완료됐을 지난해 11월 시험 운전, 올해 2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향후 27년 동안 댐 운영을 통해 도출되는 발전 수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가지기로 했던 것.

사고 당시 무너져 내린 댐은 5개의 보조댐 중 1개로 토사를 채워 만든 흙댐(어스필댐·earth fill)이다. SK건설 측은 "예측을 넘는 폭우로 물이 불어나 댐 상부 토사가 쓸려 내려가며 유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설계도면 변경 및 부실시공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이기에 `부실시공` 책임공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조기완공 위해 설계도면 변경 의혹…침하·균열 등 이미 보고됐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건설 측이 댐의 형식 등 설계변경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SK건설의 '라오스댐 프로젝트 실행계획' 문건을 보면, 기본설계 변경 권한이 SK건설에 있는 점을 활용해 '관리비 및 이윤'을 공사비의 15%(1억200만달러)까지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 따르면 SK건설은 "공사비 산정을 위한 기본설계는 프랑스 'AFColenco사'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SK건설의 보조댐 도면은 AFColenco사의 기본설계보다 6.5m가량 낮아졌다. SK건설이 예정된 설계와 다르게 실시설계를 직접 수행해 직접비를 절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SK문건에서는 직접비 절감 세부방안으로 △1900만달러 추가이익 확보를 위한 V/E(설계변경) 실시 △현장내 자체 설계팀(인원 8명) 운영을 통한 설계관리 △댐 형식 및 축조재료 변경, 사면 경사 조정 △V/E 항목 도급 반영시 설계사 인센티브 부여 등을 집중 거론했다.

설계도면 변경뿐만 아니라 부실 시공에 대한 징후도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붕괴가 발생하기 이전인 7월19일 침하가 계측되고, 같은달 22일에는 문제가 된 제방 상단 균열 발생이 보고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심 의원 측은 "(무너진 보조 댐은)주 댐보다 5.5m 높아 폭우로 인한 범람이라면 다른 댐도 모두 범람했어야 한다"며 "라오스 댐 붕괴·유실 원인은 설계 또는 부실시공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자연재해라도 '약관' 따져야…'부실' 결론 나면 보험처리 힘들어

한편 라오스 댐 사고가 자연재해로 결론 나더라도, 라오스 정부의 부실시공 발표와 더불어 '설계 변경'과 같은 의혹으로 SK건설이 가입한 건설공사보험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 보험사(제너럴라오스)에 가입된 건설공사보험은 'AIG 태국'이라는 글로벌 재보험사 등과 재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사로는 코리안리·삼성화재·현대해상이 계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의 세부적 내용은 경영상 비밀이지만, 관계자들은 국내 건설공사보험 표준약관에 비춰보면 SK건설의 부실시공과 관리상 과실은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건설공사보험 표준 약관상 폭우를 포함한 자연재해로 인한 붕괴 시 안전조치에 대한 특약조건이 있다"며 "설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적절한 안전조치가 취해진 경우에 이를 보상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절한 안전조치란 것은 폭우에 대비토록 설계가 돼 있는지를 말한다"며 "설계도면의 변경으로 적정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보장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연재해일 경우라도 불충분한 지반 다짐으로 인한 붕괴, 균열 및 누수로 인한 손해 등은 배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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