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게시판.. '아빠가 황교안인 게 취업의 비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대생들 앞에서 거짓말까지 해가며 자기 아들이 부족한 스펙으로도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학생들 앞에서 자랑을 했다가 자충수를 두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식 자랑,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라는 옛말을 무색하게 했다.
명색은 보수 지지층 확대를 위한 연이은 민생 행보라고 내세우지만, 황교안 대표가 공감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소통 노력보다는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 등 헛발질로 비칠 수 있다는 쓴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황 대표는 고학년생도 아닌 서울 숙명여대 정외과 1학년 새내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며 취업에 성공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결국은 자기 아들 이야기를 거짓으로 포장까지 해가며 자랑한 것이다.
황 대표는 도저히 대기업에 들어갈 스펙이 아님에도 합격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벌어지자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려 아들 사례를 든 것”이었다며 아들의 졸업 당시 학점과 토익점수를 정정하고 해명에 나섰다.
황 대표는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며 "남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것을 똑같이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좌절하는 청년들이 많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 일화로 가깝게 전하려 한 것인데 그것도 벌써 8년 전 얘기"라며 "청년들이 요즘 겪는 취업 현실은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워졌다. 여러분을 끝까지 응원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황 대표는 특강에서 "내가 아는 청년이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며 "졸업해서 회사 원서를 15군데 냈는데 열 군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서류를 통과한 나머지 다섯 군데는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합격이 됐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황 대표는 "입사 면접시험을 볼 때 스펙이 영어는 (토익) 800점 정도로 낮지만 이런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합격했다는 것이다"라며 "면접, 심층심사를 해보니 되더라는 것이다.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며 크게 웃었다.
황 대표는 당시 특강에서 자기 아들이 학점·토익 등이 많이 부족했지만 입사 면접에서 대신 고등학교 영자신문반 편집장, 인터넷을 통한 봉사활동, 대학 조기축구회 조직 등의 경험을 이야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을 키우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
그러나 당시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험난한 취업전선을 앞에 둔 학생들 앞에서 결국 자기 아들 ‘자랑’을 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3점이 안 되는, 겨우 2점대의 낮은 학점과 800점대의 토익 점수로는 대기업 취업이 거의 어렵다고 보는 관점에서 의혹의 시선만 짙게 했다.
이런저런 논란이 일자 21일 황 대표가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지만, 그가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을 헤집고 그 앞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 여론은 이어지면서 각계에서 SNS 글을 통해 황 대표의 아들 취업 발언을 꼬집었다.
'누구 약 올리냐! 아등바등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로 취업에 힘을 쏟는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은 뒷전인 채 자기 아들 '자랑질'로 한번 울리고 토익과 학점을 거짓으로 포장한 게 드러나 해명하면서 또 한 번 울려'라는 비판이다.
또 황 대표의 발언을 접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 아들의 부정 채용 의혹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올해 3월 KT 새노조는 황교안 대표 아들의 부정 채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황교안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부정 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부정 채용 의혹과는 별도로 황 대표의 인식 체계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김완 기자는 김성태 의원 딸부터 ‘KT 채용 비리’를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의 아들이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했는데 아버지가 법무부 장관이 되기 한 달 보름여 전에 갑자기 법무팀으로 발령이 났다”면서 “당시 KT 회장이 소송 등 법무적인 문제로 법무팀을 강화하던 시기”라며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을 알고 미리 바꿔준 것인지 모르지만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KT 새노조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며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황 대표는 "말도 안 된다. 우리 애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들어갔고 아무 문제 없다. 비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황 대표 발언 관련 기사를 올리고 "확실히 다르다. 보편성이랄까 이런 면에서"라고 적었고 김상희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대학생들이 황 대표 아들처럼 하면 대기업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공감하시나요?"라고 밝혔다'
특강이 있었던 숙명여대 게시판에는 '아빠가 황교안인 게 취업의 비밀'이라는 조소 섞인 글이 올라왔으며 또 특강에 사실상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글도 이어졌다.
21일 온라인 핫게에 구독자의 폭발적 관심을 받고 올라온 네티즌 정주식 씨의 '황교안과 나경원'이라는 페이스북 촌평이다. 어찌나 직관적인지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