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스포트라이트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일명 ‘서태지 뮤지컬’ ‘페스트’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디노체컨벤션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개막을 알렸다.
'페스트'는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음악가 서태지의 노래를 엮은 창작뮤지컬로, 카뮈의 소설은 물론 서태지의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작시도는 세계 최초이기에 공연계를 넘어 문학과 대중음악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코타르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조휘의 사회로, 먼저, 노우석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 그리고 송경옥 책임프로듀서, 김민석 기획제작총괄 등이 ‘페스트’의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김민석 기획제작총괄은 “서태지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오즈의 마법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원작을 고민했고, 결국 카뮈의 ‘페스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 기획제작총괄은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서태지를 설득하는 것이었다”면서, “서태지씨는 완벽한 스타일로, 자신이 뮤지컬을 너무 모르는데다 뮤지컬 편곡이 가능할까, 스토리를 어떻게 연결할까에 대해 의아해 했다”고 덧붙였다.
김 기획제작총괄은 또 “서태지가 뮤지컬 음악으로 만들기 제일 어려울 것 같은 ‘FM비즈니스’와 ‘라이브아이’ 두 곡을 정했다”면서, “여러 감독을 교류했지만 김성수 감독의 것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설명했다.
송경옥 책임 프로듀서는 “서태지 노래의 가사를 분석하면서 추상적이며 시적이지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대중적인 것과 마니아적인 것이 잘 조화돼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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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책임 프로듀서는 이어 “알베르 카뮈의 작품 속 저항정신과 연대정신이 서태지 음악과 잘 맞아 떨어졌다”면서, “기승전결이 아닌 파편적이고 현대적인 부분 역시 잘 어우러졌다. 7시간짜리 대본을 만드는 데 4년이 걸렸고 노우성 연출이 공연용 대본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노우성 연출은 “연출로서 개인적인 예술적 방향과 생각을 집어치우고 카뮈와 서태지, 시대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를 뮤지컬 안에서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운명적으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카뮈와 서태지의 공통적인 정서인 저항과 연대정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배경을 가까운 미래로 설정한 것에 대해 노 연출은 “저향해봐야 변화 없는, 개인적인 인간의 의지가 세상 돌아가는 데 하등의 영향이 없는 시대로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시스템 및 통제에 길들여져 행복한 줄 알면서 사는 이야기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카뮈의 질문을 21세기 서울에서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태지의 20여곡으로 꾸릴 넘버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마돈크라이’ ‘에드거 앨런 포’ 등의 뮤지컬을 함께 작업했던 김성수 감독은 편곡에 대해 “음악을 변주해서 스토리에 맞게 여기저기 배치하기 보다는 스토리와 어떻게 매치시킬까에 중점을 뒀다”면서, “창작자인 서태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세계관 확장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수 있게 원작자의 만족도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언제 서태지스러움이 나와야하는지 공연의 호흡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서태지 원곡에서 대중이 느낀 것을 다른 시대에서도 보고 싶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서태지 씨가 한번쯤은 (공연장에) 와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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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옥 총괄프로듀서는 “20년 동안 발표한 곡이 너무 주옥같아 일대기로 꾸린 대본도 있다. ‘페스트’가 잘 되면 공연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뮤지컬 넘버에 대해 “절대 어렵지 않다. 클래식한듯하면서 파격적이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부드럽다. 정말 신선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제작진의 작품설명에 이어 배우들의 넘버 시연이 있었다. 윤형렬 배우의 ‘버뮤다(트라이앵글)’가 영상소개에 이어 손호영 박은석의 '슬픈 아픔', 김도현의 '제로(Zero)', 끝으로 김다현, 윤형렬, 오소연, 조형균, 이정한과 앙상블이 함께한 '코마(Coma)'가 시연됐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 역을 맡은 손호영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좋아하는 뮤지션인 서태지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면서, “새로운 편곡으로 바뀌면서 이 음악들이 정말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더더욱 즐겁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리유 역의 김다현은 “서태지 노래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어질까 궁금했다. 서태지 음악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고, 랑베르 역의 김도현은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로 관객 시점을 대변하는 인물로,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변할지 자신이 변할지에 갈등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출신의 윤형렬은 “첫 음악 연습을 하는데 내 목소리가 서태지를 따라갔다”면서, “내게 이런 미성이 있어나 싶을 정도였다. '하여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서태지 음악을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영광이자 부담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내 정체성을 담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태지 음악은 서태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워낙 강해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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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코타르를 연기하는 김수용은 “카뮈의 ‘이방인’ 풍모를 느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기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면서, “원작에선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 페스트를 이용한다면 뮤지컬에선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페스트를 이용하는 절대 악역”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에는 없는 유일한 캐릭터인 오랑시장 리샤르 역의 황석정은 “어릴 때부터 전염병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메르스 등 여러 가지 병들이 창궐 징조를 보여 혼자 걱정하고 고민했다. 이 작품이 왔을 때 그 고민을 좀더 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라는 운명적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항상 즐겁게 하는 역을 맡다가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악역 중 하나를 연기하니 의미 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잠들기 전 백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모든 의미에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하면서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말이 길어졌다”고 쑥스러워하는 그에게 진행을 맡은 조휘는 “그럴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공연에서 식물학자 타루는 원작과는 달리 여자 역할로 바뀌면서 오소연이 맡았다. 오소연은 “여자역할에 식물학자라는 배경이 추가되면서 훨씬 부드러운 느낌과 용감한 모습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류문화 박물관 코디네이터이자 사랑하는 자 ‘그랑’ 역 보이프렌드 정민은 “생애 첫 뮤지컬인 만큼 내가 발탁됐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면서, “첫 연습에서 실력 있는 형, 누나들을 보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역할의 박준희도 역시 데뷔작으로, “대중에게 처음 나서는 자리”라면서, “선배,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스스로 굉장히 고민하면서 열심히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페스트'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오랑 시티' 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병을 상대하는 천태만상의 인간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세기말적 시대를 배경으로 ‘테이크 원’, ‘너에게’, ‘환상 속의 그대’, ‘발해를 꿈꾸며’, ‘슬픈 아픔’, ‘시대유감’ ‘코마’, ‘제로’ 등 서태지 노래 20여 곡이 사용된다.
오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