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주미 기자] ‘김명곤의 소리여행 <만남>’ 음악회가 지난 7월 14일 오후 4시 30분, 동자아트홀에서 공연되어 전석 매진으로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김명곤은 매 작품에서 열연을 펼치는 관록의 배우이자 수많은 공연에 참여한 연출가이기도 하고 기자, 교사, 작가, 극단 대표(아리랑), 예술 감독, 교수, 국립극장장, 문화부 장관, 성우(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지니’), 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인이다.
우리의 소리들과 18세기에 성립된 이탈리아 가창법인 벨칸토(bel canto)의 만남이 어우러진 이번 음악회에서 김명곤은 가곡과 판소리, 오페라를 열창하여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 애호가 및 청중들에게 신선함과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기해년이 시작된 지난 1월, 동양예술극장에서 열린 ‘영원한 광대, 김명곤과 함께하는 신년 음악회’에서 그는 신인 성악가로 데뷔 무대를 가진바 있다.
이번 ‘김명곤의 소리 여행 <만남>’ 음악회에서는 송정아 소프라노, 어연경 판소리 명창, 김형석 피리연주가, 배혜진 피아니스트, 김태형 북 장단(고수), 백규선 프로그램 자문·사회가 함께 하여 음악회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공연은 Stage 1, 2, 3, 4로 나누어 백규선 사회자의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Stage 1. 추억과의 만남>에서 우리의 가곡, ‘보리밭(박화목 작시/ 윤용하 작곡)’을 배혜진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김명곤 테너가 서정적으로 열창했다. 또 ‘가고파(이은상 작시/ 김동진 작곡)’를 호소력 짙게 불러 그리움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두 곡들은 그가 중·고교 시절, 음악 수업에서 배운 후 애창곡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추억의 노래이기에 선곡했다고 한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혹적인 송정아 소프라노가 ‘동심초(설도원 시/ 김안서 역사/ 김성태 작곡)’를 섬세한 정감을 담은 청아한 음색으로 곡의 시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김명곤 테너는 대학시절, 애인이자 친구와 같은 곡이라고 회상하는 ‘그대 창 밖에서(박화목 작시/ 임긍수 작곡)’를 간절함을 담은 정서로 노래해 청중들에게 아련한 감동을 안겼다.
<Stage 2. 판소리와의 만남>의 첫 곡으로는 판소리 <흥부가> 중 백미인 ‘박타는 대목’을 어연경 명창이 불러 관객참여를 이끌면서 풍부한 성량과 멋진 시김새를 더해 신명나는 무대를 펼쳤다.
이어 ‘김연수 명창(1907 – 1974)’의 소릿제로 이어진 단가 ‘사철가’를 소리꾼으로 분한 김명곤이 열창하였다.
영화 <서편제(1993)>에서 ‘소리꾼 유봉(김명곤)’이 인생론적 애상을 담아 구성지게 부른 ‘사철가’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김명곤은 인생을 관조하는 노랫말로 채워져 있는 이 노래를 독자성 있는 간절한 미학적 소리로 불러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박초월 명창(1917 – 1983)’에게 전수받은 전통 <수궁가>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쉽게 전달하고 현대화를 하기 위해 개사, <금수궁가(今水宮歌)>의 한 대목 중 ‘하늘가에 붉은 해(김명곤 작시)’를 정교하고도 재미있는 풍자를 담아 열창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금수궁가는 ‘오늘의 수궁가’라는 뜻이다.)
<Stage 3. 벨칸토와의 만남>에서는 송정아 소프라노가 오페라 <라 보엠 La Boheme> 중 ‘내가 거리를 걸어가면 Quando m’ en vo(푸치니 작곡)’을 매혹적으로 노래하여 청중들에게 설렘과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김명곤 테너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L’ elisir D’amore>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도니제티 작곡)’을 기쁨과 감격에 젖어 부르는 반전미의 아리아를 격정적으로 불러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었다.
다음곡으로 이어진 독창곡은 진실성과 생명감 넘치는 오페라 <토스카 Tosca> 중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푸치니 작곡)’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총살형에 처하게 되는 비통한 처지의 남자가 그 여인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아리아’이다. 김명곤 테너는 서정적 단조멜로디를 풍부하게 살려내면서 드라마틱함을 더해 선율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Stage 4. 한국민요와 벨칸토의 만남>에서는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지닌 김태형 고수의 장단에 맞춰 김형석 연주가의 피리독주 ‘메나리’가 연주되었다.
뛰어난 공력을 지닌 김형석 연주가는, 팔색조의 음색을 가진 관악기 피리를 통하여 밀고 당기는 에너지 가득한 울림의 연주를 펼쳐내었다.
그 후, ‘이별가(전통민요/ 최영섭 채보, 편곡)’와 ‘뱃노래(석호 작사/ 조두남 작곡)’, ‘경기민요의 뱃노래’, ‘자진뱃노래’를 김명곤이 이어 불러 스토리텔링을 담고 피아노, 피리, 장구의 반주가 한데 어우러져 전통 민요와 서양의 음악기법이 혼합된 신명나는 협연을 이뤄내었다.
김명곤의 열창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연신 앙코르가 외쳐졌다. 그는 청중들의 환호와 응원에 힘입어 우리에게 익숙한 나폴리 민요인 ‘돌아오라 쏘렌토(Torna a Surriento)’와 ‘오 나의 태양(O sole Mio)’을 불렀다.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남도 민요인 ‘진도 아리랑’이 합창되어 협연과 어우러짐으로 풍성한 음악회가 막을 내렸다.
청중들과 음악인들이 더욱 가깝게 소통되어진 이번 음악회는, <벨라비타 문화예술원>과 네이버 밴드 <영혼을 깨우는 클래식>이 후원하였고 90분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김명곤은 향후 계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 저의 내부에는 ‘오페라’와 ‘판소리’가 평화롭게 만나고 있습니다. 내가 장르의 벽을 깨뜨릴 음악인이 될지, 이도저도 아닌 잡탕 애호가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김명곤의 소리여행’을 계속하면서 국악과 서양 성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 시도를 통해, 그리고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제 안의 음악적 구상들을 노래로 풀어내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설익은 노래를 들으러 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고 인사를 전했다.
동·서양의 음악을 넘나들며 예술인생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는 김명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