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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모든 요일의 여행’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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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모든 요일의 여행’ 출간

심종대 기자 입력 2016/07/19 08:47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모든 ‘나’를 단숨에 만나는 건 오직 여행뿐이다”

‘일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나는 또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어딘가에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머리를 양쪽으로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 말해줬다. 괜찮다고.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고, 오롯이 너의 시간이라고’-24p. (일상을 떠나, 일상에 도착한ㄴ 여행)

여행만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또 있을까. ‘여행’이라는 빛 아래에서는 ‘애써 외면했던 게으름이, 난데없는 것에 폭발하곤 하는 성질머리가, 떨칠 수 없는 모범생적 습관’까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답다’고 믿었던 것들로부터 더욱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시간에서, 익숙한 생각과 익숙한 행동만 해왔다면 말이다.

전작 <모든 요일의 기록>을 통해 일상에서 아이디어의 씨앗을 키워가는 카피라이터만의 시각을 담백하고 진실된 문장으로 보여준 저자 김민철은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기록하는 여행자’가 되어 자기만의 여행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카페에 앉아서 멍하게 있다가 올 거야’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무용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굳은 다짐도 함께 넣어보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상의 생활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언제 또 오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건 보고 가야지’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식당이래’는 등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견딜힘이 없는 걸까.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부터 마치 다른 생을 준비하는 것처럼 그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만약을 대비한 플랜 B까지 있지만, 그러나 길 위에서는, 플랜 B로도 어찌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삶을 증언’하기 위해 호기롭게 한 달간 머물게 된 도쿄, 나의 진짜 고향길이길 바랐던 사랑하는 파리, 3년 만에 다시 찾은 리스본의 단골술집, 여러 번 와보고, 이미 다 안다. 라고 생각했던 곳들이니 이제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숙제는, 어는 순간 거대한 숙제가 되어버린다. 가장 ‘나다운 여행’이라는 믿음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오롯이 주어진 나만의 시간 앞에 또 다른 조급증은 얼굴을 내밀며, 낯선 도시의 낯선 관광객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스물일곱 시간이 걸려 도착한 도시였고, 그게 하필 파리였고, 마침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고, 그날이 하필 프랑스 혁명기념일이었고, 그렇다면 에펠탑에서 불꽃놀이가 있을 테고, 파리와 에펠탑과 불꽃놀이라니! 결국 나는 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좀 쉬어도 됐을 텐데, 좀 천천히 가도 됐을 텐데’

작가는 ‘방금 전-지금-그다음’이라는 거대한 먹이사슬 안에 살도록 길들여온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속도를 줄이고,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겉돌기만 했던 도시의 이야기가 들리고, 묵묵히 이어지고 있는 타인의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측하지 못한 길 위의 삶들은, 결국 ‘나’에게 집중토록 만들었다.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나의 여행’은 ‘나의 선택’으로 이뤄진다. 때론 그 선택이 타인의 눈에는 결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결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점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요일의 여행>은 ‘그 완벽한 결점’을 위해 다시 한 번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을 이야기한다.

지금 나의 눈앞에 흘러가는 이 바람을, 햇빛을,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오래, 천천히 음미한다면, 지루하고 퍽퍽한 일상에 지지 않는 여행자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작지만 확고한 나만의 보석은 지금, 여기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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