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업체가 내수 시장에 출시한 전기자동차 가운데 `연비왕`으로 BMW `i3`가 꼽혔다.
같은 전기를 충전했을 때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i3는 출시 차량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플랫폼으로 제작됐다. 탄소섬유로 차체 무게를 줄인 것이 주효했다. 배터리 양만 늘리면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다는 공식이 점차 깨질 전망이다.
환경부 환경공단이 인증한 국내 시판 전기차별 주행 거리와 제작사가 밝힌 배터리 용량(Usable)을 분석한 결과 i3는 배터리 ㎾h당 주행 거리가 7.02㎞로 가장 길었다. 그 뒤를 이어 GM `스파크EV`(6.99㎞),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6.82㎞) 순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출시된 `쏘울EV`는 5.48㎞로 가장 낮았다. ㎾h당 전기요금 100원인 경우 2000원으로 i3는 140㎞를 달리지만 쏘울EV는 110㎞를 달리는 셈이다.
주행 성능은 중량이 덜 나가는 소형 전기차가 대체로 높았다. 현대·기아차는 `레이EV`(중량 1185㎏)에서 `쏘울EV`(1508㎏)를 출시하면서 주행 성능이 떨어졌지만 최근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로 일부 만회됐다. 비슷한 차량 크기로 2013년에 출시된 르노삼성 `SM3 Z.E.`(1580kg)보다 무게는 125㎏나 덜 나갔고, ㎾h당 약 600m를 더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i3는 출시한 지 3년이나 됐지만 지금까지 가장 높은 주행 성능을 보였다. 배터리 용량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교해 65% 수준으로 135㎞를 달린다. i3는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 초경량 소재를 활용했다. 안정된 무게 배분을 위해 대용량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장착했다. 주로 차량 뒷좌석에 배터리를 적층하는 대다수 국산 전기차 모델과는 다른 구조다.
이번 조사에서 전기차 모델 출시 시기도 주행 성능 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초여름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과 쏘울EV는 하온(영하 7도)과 상온(25도) 간 주행 거리 차이가 20% 미만이지만 겨울에 출시한 닛산 `리프`는 상온에서 132㎞를 주행하는 반면에 저온에서는 85㎞를 주행하는 것으로 나왔다.
<환경공단 전기차 인증 기준, 배터리 ㎾h 당 6.82km를 주행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박철완 전기차 전문가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계절별 온도 차이에 따라 다르며, 특히 저온으로 갈수록 확연하게 줄어든다”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1년을 타 봐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국내 전기자동차 주행 성능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