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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치매”
문화

“아버지와 치매”

심종대 기자 입력 2016/08/01 16:23
국립극단, ‘한 무대 두 공연’ 연극 <아버지>

사진제공/국립극단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극단은 2016 배우중심의 연극으로 인간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기억과 망각, 편집과 애정을 경계성 치매의 틀 안에서 다룬 이야기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를 오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아버지>는 프랑스 파리의 한 평범한 아버지로 다소 완고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안드레’의 전직은 댄서로 탭댄서의 스텝을 밟기도 한다. 아버지는 죽은 막내딸을 기억하고, 큰 딸의 전 남편을 기억하지만 딸의 새 남편은 5년을 같이 살았어도 낯이 설다.

자기에게 가장 귀중한 듯, 시계를 일정한 장소에 감추듯 보관을 하고는 자신의 팔목에 시계가 없다면서 찾기도 하고, 사랑하는 딸 이외에는 다른 사람은 구별하기 어렵다. 또 딸과는 달리 사위는 냉정함과 무례함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때리기도 한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요양원에 홀로 남아 소파위에 소년처럼 어머니를 그리며 웅크리고 있는 아버지의 나약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박근형은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한 가정의 아내가 없는 아버지가 치매 증상이 생겨서 큰 딸하고 생활하면서 그 과정이 그려지게 되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아버지는 사실은 두 딸이 있고 엄마는 없다. 두 딸하고 생활하면서 작은 딸은 사고로 어떻게 됐다고 하고, 큰 딸하고만 주로 생활을 하는데 아버지가 큰 딸을 사랑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는 나오지 않지만 제가 출연한 아버지로서는 오로지 큰 딸이 내 아내이고, 내 말을 다 들어주는 그런 사람으로, 그러다보니까 큰 딸의 사랑, 큰 딸의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진행될지 하는 부분은 걱정 안하고 오로지 자기 것만 요구하다 보니까 그 큰 딸과 아버지와 사위 될 사람의, 이런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에서 치매가, 살아가는 데 있어 아버지가 점점 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되고 요양원까지 가는 것을 그린다”면서, “아버지의 눈을 통해서 본 딸이 아버지 눈으로는 아주 악녀로 보일 수도 있고 또 사위가 아주 나쁜 사람으로, 간호사도 그렇고 또 간병인도 그렇고 모두 다 이중적으로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연극이 재밌는 것이 정상적인 시각과 또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그런 연극이 같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국립극단

그는 또 “마지막 요양원 장면은 이 아버지가 어린 아이처럼 돌아가면서 기억과 현실이 들러붙어서 아버지가 이제 자진해가는 그런 것을 그린다. 이것을 보시는 가족관계나, 가족관계가 아니어도 어는 누구든지 한 인간이 어떻게 소멸되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며, 그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도 얼마나 크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생각을 같이 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컨셉은 침입과 상실로, 무대를 점차 비워나가는 것으로 뇌세포가 죽어나가는 것, 뇌가 비워지는 것, 뇌가 공허하게 남는 것으로 무대도 점차 가구가 하나둘 없어지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빈 무대가 된다.

박정희 연출은 “대본의 처음에 ‘그가 집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집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면서,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이 공간에 대한 낯섬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출은 이어 “무대가 다 비워진 자리에 점 하나만 남고, 그 공간은 요양원이 된다. 그런데 그는 그곳이 자기 집인 줄 안다. 또 자기 이름도 잃어버린다. 한 인간이 소멸해 가는 과정”이라면서, “마지막 장면은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영감을 얻어 한없이 작아지는 하나의 점이 되고, 우주의 한 점으로 사라지는 텅 빈 세계, 공(空)의 세계가 이 작품과 상통된다. 마지막 장면은 무대가 전체적으로 확장되고 완전히 비워지는 무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국립극단

또한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안드레’는 엄마를 부르고 울고 잠드는 장면에 대해 박 연출은 “완고한 늙은이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퇴행하는 과정으로, 자기 정체성이 없어지는 상태가 곧 아이의 상태로 남는 것”이라면서,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노인은 지혜가 있고 그런 것이 아니라 고집과 완고함, 절대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고, 어린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주 낯설게 태어나고 있는 그런 것으로, 아이는 희망이 아니라 아주 낯선 존재로, 이 작품은 완전히 시니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형은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서게 된 것에 대해 “40년 그동안에 생각 못했던 것은 아니고 항상 회귀본능 같은 것은 있었다. 변명 같지만 생활도 있고 또 다른 면에 대해서 일하고 싶고 이러는 바람에 약간씩 늦어져서, 기회 있을 때마다 기웃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고 그랬다”면서, “그 설레는 마음은, 제가 처음 섰던 국립극단 첫 무대가 바로 이 극장인데 이 극장에 40년 만에 다시 선다는 것은 저한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회가 있다. 대신 환경의 변화가 있고 좋은 여건이 됐으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잘해야 되는데 그게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세밀하고 독특하다. 아주 희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천재작가라고 하는 수식이 틀리지 않는 희곡으로, (저를) 다시 도전하게 했고, 지금도 계속 설레게 하는 작품으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그 감동을 나눌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 한다”고 밝혔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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