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요즘 새로운 시위법이 등장했다. 실검 시위법이다. 지난달 27일 '조국 힘내세요'라는 응원 문구로 시작된 실시간 검색어 띄우기 운동은 일주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3일 오후 9시부터는 '나경원 소환조사', '보고있다 정치검찰'이다. 검찰이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이후 발빠르게 남동생의 사학재단 관련 의혹과 딸의 편법 진학 의혹으로 압수 수색을 벌이자, 이를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소환조사' 검색어의 경우 조국 후보자 자녀의 입시의혹을 비판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도 조사해야한다는 주장에서 나온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른 재미있는 사회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후 윤석열 검찰총장 앞으로 소포 배달이 줄을 잇고 있다. 소포 안에 든 것은 호박엿, 가락엿, 쌀엿 등 각종 엿이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는 격려의 꽃다발과 꽃바구니 배달이 줄을 잇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 후보자 수사가 편파적이고 부당함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총장이 근무하는 서초구 대검찰청의 우편물 취급 공간 한쪽 구석에는 '엿 소포' 50여 개가 쌓여 있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주 월요일(2일)부터 계속해서 윤석열 총장을 수신자로 하는 엿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엿을 담은 상자 겉면에는 '엿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등의 메시지가 쓰여있다. 윤 총장에게 부정적 의미가 있는 엿을 보내자는 움직임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조 후보자 수사에 대한 반대 여론을 보여주자는 뜻을 담았다.
딸 입시,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소송 등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줄을 잇자 검찰은 지난달 27일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 무산 이후 조 후보자가 연 기자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조 후보자 부인이 교수로 근무하는 동양대 연구실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인 웅동학원 행정실장으로 일했던 조 후보자 처남, 딸을 고교 시절 의학 논문 1저자로 올려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 등도 소환 조사했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없이 그대로 임명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법무부 장관 임명 전 수사에 속도를 내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무부 장관은 인사·행정적으로 검찰을 관할한다. 엿도 일종의 선물인 점을 고려해 윤 총장 비서실은 엿 택배를 발신자에게 돌려보낼 예정이다.
조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과 증거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묻지 않고, 듣지도 않겠다. 오직 검찰의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고, 그 결과에 누구나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점점 줄어드는 반대-찬성 격차… 15.3%p → 12.0%p → 5.4%p
한편 초유의 11시간 기자간담회 직후 실시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찬반 여론조사 결과, 임명 반대와 찬성이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격차가 한 자릿수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자간담회를 직접 시청한 국민들 중에서는 역시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임명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마이뉴스'가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찬반 의견을 물었다. 또한 기자간담회 시청 여부도 함께 물었다.
주목할 점은 기자간담회를 시청했는가 안했는가에 따라 임명 찬반 여론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기자간담회를 직접 시청한 응답층에서는 53.4%가 조 후보 임명 찬성 의견을 밝혀 반대 45.7%보다 높았다. 둘의 격차는 7.7%p로 오차범위 내이지만, 전체 찬반과는 다른 양상이다. 반면 미시청 응답층에서는 임명 반대 60.0% - 찬성 35.6%로 반대가 더 높았다.
20대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여전히 반대 52.1% - 찬성 44.3%로 임명 반대 여론이 높지만, 이전보다 강도가 줄었다. 8월 28일 조사에서는 반대 62.1% - 찬성 29.1%, 30일 조사에서는 반대 61.6% - 찬성 32.2%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이념적 중도층의 상황도 20대와 비슷하다. 28일 조사에서 중도층은 임명 반대 60.3% - 찬성 36.6%였고, 30일 조사에서 반대 58.0% - 찬성 39.3%로 반대가 압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 54.4% - 찬성 44.8%로 격차가 많이 줄었다.
이는 완전히 동일한 질문으로 진행했던 지난주 수요일(8월 28일)과 금요일(8월 30일) 두차례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결과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다음날인 28일 조사에서는 15.3%p 차이(반 54.5% - 찬 39.2%)로 반대가 높았고, 이틀 뒤인 30일 조사에서는 차이가 12.0%p(반 54.3% - 찬 42.3%)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오차범위 밖이었다.
나흘 뒤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 응답은 2.8%p 더 줄었고 찬성은 3.8%p 더 늘어 격차가 대폭 줄었다. 이번 조사는 국회 인사청문회 무산 이후 전격적으로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자정을 넘겨 새벽에 끝난 당일 바로 실시됐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직후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임명 반대 의견이 줄고 찬성이 늘어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해외 순방중인 문 대통령은 국회에 오는 6일까지 조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일 "(조 후보자가) 아마도 임명하게 된다면 7일부터가 가능한 날짜"라며 "7일일지 8일일지 업무개시일인 9일일지 현재로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