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23일 중간 간부 인사에서 박은정 서울남부지검 부부장검사를 감찰담당관에 임명하는 등 감찰관실을 쇄신하고 개편했다.
박은정 검사는 조국 전 장관 시절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이었던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의 배우자로 이번 발탁으로 새삼 그의 과거 이력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28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나경원 의원의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한 인물이 박은정 검사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 방송을 듣는 여러분이 이 검사의 이름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이분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박은정 검사의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2012년 '나꼼수'의 방송내용 일부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앞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나꼼수''는 "나경원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 근무 당시 ''나 후보에 대한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며 서부지검 검사에게 기소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나꼼수는 방송에서 "나경원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은 수십만 명이 있다. 그중에 유독 (김재호 판사가 근무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관할 구역에 있는 네티즌 한 명만 찍어서 고발한다"라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검찰이 수사를 안 하니까 나꼼수는 김재호 판사가 '빨리 기소해 달라. 그러면 자기가 처리를 하겠다'고 기소 청탁을 넣었다"라고 주장했다.
나꼼수는 나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나 의원의 일본 자위대 행사장 방문과 관련해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처벌하기 위해 2005년 검찰에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청탁으로 인해 해당 네티즌은 2006년 4월 13일에 기소돼 2006년 11월 12일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나꼼수는 1·2심의 판사 모두가 김재호 판사의 동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나 의원은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2006년 2월 21일 해외 유학을 떠나 당시 국내에 부재한 상태였다”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나꼼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고발했다.
주진우 기자도 즉각 “나경원 전 후보 측(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중)이 자신을 상대로 고발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서울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경찰은 이미 주진우 기자를 체포하기 위해 체포영장 신청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반전시킨 것은 이번에 감찰관으로 발탁된 박은정 검사의 양심선언이었다. 나꼼수는 후속 보도를 통해 “인천지검 소속이던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공안수사팀에 자신이 김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사실을 말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나꼼수의 김어준 총수는 “시민들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혼자서 몰래 자기가 다 떠안으려고 했던 검사. 자신이 받을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우리가 말릴까 봐 말해버렸다. 그의 이름은 부천지청의 박은정 검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분은 여성 아동 성폭력 담당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박은정 검사. 상식을 믿는 시민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라며 시민들이 박 검사를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나경원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검찰에 기소 청탁을 했음을 박은정 검사가 폭로한 것이다. 이는 당시에도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싣고 지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정당국 관계자도 “김재호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친일파 나경원, 이완용 땅 찾아주기 등 친일에 앞장섰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모 씨에 대한 고발사건 기록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나꼼수 방송 이후 이 사건은 검찰 내에서도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대검은 애초 박 검사에 대한 감찰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두 달여 후에 박 검사를 상대로 감찰을 벌였다.
박은정 검사는 2012년 3월 2일 검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자진 사퇴를 알렸다. 이에 여론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나서 “(박은정 검사의) 사표를 반려할 예정”이라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