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오는 9월 4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콘서트를 갖는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9)와 메뉴인 콩쿠르(2008)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무대에 얼굴을 알린 레이 첸은 이후 전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리사이틀과 협연을 펼치면서 오늘날 가장 강력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 급부상했다.
‘레이 첸’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과 <브람스 협주곡 g 단조, Op.26>이 두 곡을 수원시향(지휘 김대진)과 함께 선보이면서 진정한 비르투오소의 모습으로 청중과 만날 예정이다.
세계적인 교향악단들과 수많은 도시들에서 협연을 펼쳤던 레이 첸은 아직 국내에서는 피아노와 함께 했던 두 번의 리사이틀 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협주곡 콘서트는 레이 첸의 협연 무대에 대한 국내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위해 기획됐다. 100여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솔리스트의 기량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휘자,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번 무대는 특별히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을 초청했다. 지난 교향악 축제에서 전석 매진으로 그 실력을 입증해낸 수원시립교향악단과 김대진이 이번 무대에서 레이 첸과 함께 한다.
2008년 상임 지휘자로 취임해 8년 째 이 교향악단과 함께 하고 있는 김대진은 그동안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수원시향을 명실상부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으로 도약시켰다.
또한 지난 달에는 독일 헤렌킴제 페스티벌에, 다음 달에는 오스트리아 브루크너 페스티벌과 메라노 페스티벌 등 국제무대에 연달아 공식 초청받으면서 세계무대에서의 성과도 이뤄내고 있다.
이번 연주곡 콘서트에서 연주하는 두 개의 레퍼토리가 가지는 의미는 다른 여느 프로그램보다 훨씬 깊다. 바로 그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 때문으로, 그는 현재 일본음악협회의 후원으로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Joachim’을 사용하고 있다. 10만 달러, 한화 약 19억 원에 달하는 이 악기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1831년 1월 28일-1907년 8월 15일)이 소장했던 5개의 1715년 산 악기 중 하나이다.
이 악기를 사용했던 요제프 요아힘은 헝가리 태생으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떨치면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을 1879년 1월 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됐다, 이 곡을 작곡한 계기도 요제프 요아힘이 영향을 미쳤고, 작곡하는 과정에서도 요아힘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루흐에게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준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 단조, Op.26> 또한 요제프 요아힘과 인연이 깊다. 브루흐 역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아힘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어 그를 위해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고, 1866년 4월 24일 브루흐의 지휘와 오픈 폰 쾨니히 슬뢰프의 연주로 독일 코블렌츠에서 초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 작품을 수정해 개정판을 1868년 1월 5일 카를 마르틴 라인탈러 지휘와 요아힘의 협연으로 브레멘에서 초연됐다. 현재 연주되고 있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바로 이 때 완성된 것이다.
레이 첸은 그가 사용하고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해 “스트라디바리는 가장 유명한 제작자 중 한명이다.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그는 바이올린계의 대부로 여겨진다”면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매우 독특하고 깊이가 가득 찬 소리를 갖고 있다. 그것은 모던 악기와 같이 노골적이기도 하고 오래된 좋은 와인과 같이 매우 잘 성숙돼 있기도 하다”고 말한다.
특히 레이 첸이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그가 연주하고 있는 악기와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무대에 스스로 ‘요아힘 프로젝트’라는 테마를 정했다. 21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를 통해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의 훌륭한 역사에 헌신하는 이 두 개의 작품에 녹아든 19세기 당대 명바이올리니스트의 영혼이 어떻게 재탄생 될지 기대된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