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천근성 작가의 개인전 ‘인 더스트 리얼’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 신생 문화공간 스페이스 엑스엑스에서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의 문래창작촌 지원 프로젝트인 <미트>의 2016년 선정작인 이번 전시는 문래동을 중심으로 작가가 직접 수거한 ‘먼지’를 활용했다.
‘인 더스트 리얼’展은 문래동을 중심으로 한 공장에서부터 주택과 상가, 작가작업실 등에서 얻은 먼지들을 설치작품으로 전시하고,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영어단어 ‘industry’(산업)와 ‘dust’(먼지)에서 착안한 전시 제목 ‘in-dust-real’은 군소 철공소들로 둘러싸인 문래동에서 소음과 분진이 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천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천 작가는 지난달부터 철공소가 문을 닫는 오후 6시면 청소기를 메고 공장 주변 청소에 나서는 한편, 8월에는 ‘먼지를 수거해 드립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해 방문 청소 신청을 받았다.
한 달 반 동안 모은 대략 60여 리터의 먼지는, ‘카오틱 닷’으로 된 프렉탈 구조로 전시장 바닥에 설치되고, 청소기에 매단 타메라로 촬영한 세상은 영상으로 재구성된다. 먼지들의 무질서 속에서 또 다른 질서의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이번 전시 관람의 묘미로, 먼지들의 패턴을 통해서 ‘먼지 피해자’이자 동시에 ‘먼지 유발자’인 인류의 관계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동국대 조소과를 2011년 졸업하고부터 “‘임대료가 저렴하고 늦은 밤에 공구를 사용해도 되고,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가 가능한’ 문래창작촌에 작업실을 마련했다”는 천 작가는 “‘소음분진에 고통 받고 있는 00아파트 주민일동’ ‘00철강 전입 반대 등 길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고 밝혔다.
천 작가는 이어 “한 때 나 스스로도 ‘먼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철공소에서 나오는 먼지들과 대기의 분진들 때문에 생활하기 쉽지 않다고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현수막을 보며 ‘나 역시도 먼지 유발자였구나’ 라고 깨닫고, 내가 발생시킨 먼지를 다시 수거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 전시를 통해 사실은 모두 ‘먼지 피해자’이자 동시에 ‘먼지 유발자’라는 사실에 공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그동안 ‘노동과 약자에 대한 관심,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배려와 촉구’로 규정되는 작품들로 특별한 주목을 받아왔다.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노인들에게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 영상으로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로, ‘로컬익스프레스’의 멤버가 돼 진행한 ‘안녕 배달’ 프로젝트,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예술로 끌어들여 그들을 돕기 위해 한 설치 작 ‘여름 날’, 기계로 인해 인간의 노동 소외 현장을 로봇 마네킹들을 통해 풍자한 ‘반복노동대행서비스’ 등 작가가 그동안 일관된 시각으로 진행해온 작업들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단순한 환경문제에 대한 고찰뿐 아니라 나아가 커뮤니티에서의 소통과 공존에 대한 의미까지로 확장을 시도했다.
한편, 문래예술공장이 문래창작촌 문화예술지원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미트’의 2016년 선정작은 전시 7편, 공연 2편, 영화 1편을 비롯해 3건의 서적발간, 1건의 문학행사, 3건의 예술축제 등 총 17개의 작품으로, 올 12월 31일까지 문래예술공장을 비롯한 17개의 문래동 소재 문화공간에서 진행된다.
또한 천 작가의 전시에 이어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안기영 작가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게임과 미디어아트가 결합한 관객참여형 전시 ‘헤르메스의 상자’가 준비돼 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