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고인배-손숙-이순재/사진=심종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강화도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우리네 부모님의 정과 한의 정서를 노부부 ‘순자’와 ‘박씨’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풀어낸 작품으로, 노부부 각자의 마음에 묻어둔 진심과 사랑을 가슴 뭉클한 순애보로 그린 연극 ‘사랑별곡’이 오는 10월 1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또 죽음을 문턱에 두고도 하루하루를 미련으로 살아가고, 그렇게 지내온 세월 때문에 미안함으로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한 편의 詩같은 무대로 펼쳐냈다.
지난 7일 오후 이순재, 손숙, 고인배 등 명품배우들이 캐스팅돼 이슈가 된 연극 ‘사랑별곡’의 프레스콜에는 구태환 연출, '박씨'를 연기한 이순재, 고인배, '순자'를 맡은 손숙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구태환 연출/사진=심종대 기자
‘2년 만에 재연을 올리는 소감을 들려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태환 연출은 “2년 전에 이순재 선생님과 할 때도 좋았다. 당시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고립문제가 우리 사회 문제로 안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 그런 문제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펼쳐 보인다.”고 말했다.
구 연출은 이 작품에 대해 “작품에서 다루는 언어들이 정말 아름답다”면서, “시어와 같은 아름다운 언어들이 배우에 의해 무대에서 구현될 때 나오는 시적 연극성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장면이 추가됐다. ‘순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프롤로그는 마치 극 전반을 이끄는 ‘순자’의 애절한 순애보를 압축해 놓은 듯 다양한 복선을 두었다. 또한 에필로그는 표현이 서툰 ‘박씨’가 미쳐 ‘순자’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뒤늦게 드러낸다.
배우 이순재/사진=심종대 기자
“‘박씨’는 사랑 표현에 서툴다”는 기자의 질문에 배우 이순재는 “나는 그렇게 거친 사람 아니다. 표현을 잘 못 하지만 안 그렇다. 마누라한테 쥐어 잡히며 살고 있다. 안 그러면 쫓아낸다”면서 웃었다.
이어 “‘박씨’라는 인물은 아내를 쟁취한 사람으로,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 반강제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표현 방식 또한 거칠다. 옛날 우리 아버지나 내 또래에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일반화되던 시절이었다”면서, “그러나 내심 깊은 사랑을 가진 역할로, 아내가 그걸 어디까지 수용하는지 차이가 있지만, 아쉬워하고 진심을 고백하기엔 늦어버리고 만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순재는 젊은 시절 무던히도 아내를 속썩였던 남편 ‘박씨’역을 맡아 2년 만에 출연한다. 외형적인 모습이 강조됐던 지난 공연과는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한 층 깊어진 ‘박씨’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고민함으로서 보다 극적인 감정연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또 다른 ‘박씨’ 역에는 원작 텍스트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시금 섬세한 디테일과 진정성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고인배가 함께한다.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 ‘순자’역은 배우 손숙이 공연동안 원캐스터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이순재, 고인배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배우 손숙/사진=심종대 기자
손숙은 이순재와 고인배 배우와의 연기는 처음이다. 이에 “무대에선 처음이지만, 오래전부터 가족처럼 친하던 분이라, 편하고 별 어려운 일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더블캐스팅이다 보니 연습이 전보다 많았다. 개인적으로 한 달도 안 되어서 ‘햄릿’에서 섹시한 왕비 역할 하다 갑자기 시골 아낙네 역이지만, 이런 모습이 더 편하고, 내 모습 같은 그런 느낌이어서 편하게 연습했다”고 밝혔다.
고인배는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이 작품을 6년 전에 초연으로 공연한 바 있다. 누구나 살면서 지나온 날들이 후회될 때가 많다. 이 작품을 보면 삶의 회한을 정면에 내세운다. 그 이면을 일상적인 대사로 풀었다면, 자칫 신파로 넘어가는 위험 요소가 있다”면서, “이 작품은 작가의 대사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곱씹을만하다. 대사를 암기하고 직접 연기하니, 대사가 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정서적으로 포근히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연 준비기간 내내 배우 이순재-손숙-고인배는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작품 준비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구태환 연출은 “장윤진 작가가 강화도 출신으로, 지금도 강화도 살고 계시고, 대본도 강화도 말로 됐다. 2년 전 공연할 때 나온 의견이 강화도도 좋지만 다른 지역의 방언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 있어서 그쪽으로 공연하게 됐지만, 강화도 사투리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선생님들도 허락해주셨다”면서, “이번 작품엔 강화도 사투리의 매력이 있다”고 말하자, 손숙은 “연습하는데 엄청 힘들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배우 고인배/사진=심종대 기자
작품을 연습하면서 공감이 많이 된 장면이나 대사에 대해 배우 고인배는 “‘박씨’가 아내인 ‘순자’에 대한 회한을 고백하는 장면이 가장 공감됐다”면서, “‘박씨’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전혀 못 하는 예전 어르신 모습으로, 겨우겨우 무덤 앞에서 마지막 사과를 하는 장면이 가장 공감 간다”고 말했다.
손숙은 “딸이 남편이랑 못 살겠다고 울고불고하는 장면이다. ‘순자’는 ”좀 더 살면, 깎이고 깎여서, 닳고 닳아.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게 많으니 깎아야지. 그럼 마음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라면서, “지금은 울고불고 하지만, 세월을 견디면 된다는 대사로, 우리 할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늘 하셨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
구 연출은 이 작품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에 대해 “한국사회가 사실 해마다 많이 바뀌어 나가고 있다. 정신없고, 급변하는 나라인 것 같다”면서, “분명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그 속엔 사람이 있다. 사람이 한평생 사는 동안 생각할 게 많다. 담담하게 이 작품에서 담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극 중 극중 80대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박씨’의 절친한 친구 ‘최씨’, 고단한 삶에 지친 딸 ‘영숙’, 그리고 남편과 일찍 사별한 이후 시부모를 오랜 세월동안 돌봐온 며느리 ‘명숙’ 등 노부부의 주변 인물들은 우리 가까이에서 쉽게 마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그려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