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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의 날] 한국, 자살공화국 OECD 국가중 1위...
사회

[자살예방의 날] 한국, 자살공화국 OECD 국가중 1위..日과 비교하면 1/30에 불과

김영진 기자 입력 2016/09/10 09:08
최근, 이인원 롯데 부회장 이어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도..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 10만명당 자살자 OECD 1위 하루 평균 38명꼴 목숨 버려 정신질환·경제문제가 주 원인 자살자 절반 월소득 50

[자살예방전국학교협회장= 김영진기자] 지난 8일 야구계의 ‘큰 별’이 졌다. 야구해설가 하일성(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하일성씨 목매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이틀 앞두고 날아든 비보(悲報)에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경제적 문제 등 그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온갖 추측성 보도가 넘쳐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이튿날 구급차 안으로 그의 시신이 옮겨지는 영상이 지상파 메인뉴스 등을 통해 공개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휴대폰에는 숨지기 전 아내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가 발송하지 않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되고 빚을 갚지 못해 부동산이 법원 경매에 나오는 등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일엔 20~40대 남녀 네 명이 경기 안산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자살은 원인이 복합적이라 예방이 쉽지만은 않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많다. 경찰이 2014년 변사자 1만3658명의 자살 원인을 추적한 결과 28.7%(3916명)는 공황장애나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 등을 앓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자극적인 제목과 구체적인 방법 묘사 등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자살예방사업 관련 99억3000억원을 편성했다.
 

자살예방 사업 예산은 지난 2010년 7억4000만원에 불과했던 예산은 2012년 22억80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89억4000만원까지 확대됐다. 불과 5년새 10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하지만 곧이어 올해 예산이 85억3000만원으로 고꾸라졌다. 정부가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얼마나 소홀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1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변한 게 없습니다. 2005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자극적이고 지나친 자살 보도에 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언론 내부에서 제기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위의 두 사례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2013)에서 금지한 보도행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하고 자살이란 단어를 자제하며 원인에 대한 추측은 물론 자살과 관련된 사진 및 동영상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하씨에 대한 보도가 넘쳐나던 8일 오후 각 언론사에 ‘보도 자제 강력 요청’이란 제목으로 권고기준을 첨부한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진지하게 참고한 언론이 몇이나 될 지 의문입니다.


한국에서는 하루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2014년 기준 1만3836명으로 하루평균 37.9명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27.3명으로 1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정부가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자살예방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2011년 31.7명이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2년 28.1명, 2013년 28.7명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OECD 평균(12명)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정신질환을 유별나게 여겨 치료받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살다가 한 번은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의 마지막 발판을 무너뜨리는 건 경제적 빈곤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자살자의 사망 당시 월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50만원 미만이 45.5%로 가장 많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희망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자살의 심각한 원인”이라며 “정신과 치료는 물론 빈곤 등 삶의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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