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LG아트센터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도 수많은 버전의 ‘햄릿’이 공연되는 가운데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의 컬트 밴드와 ‘햄릿’ 이야기의 배경인 덴마크 극단이 함께 만든 독보적인 개성의 음악극 ‘햄릿’이 찾아온다.
영국의 컬트 밴드 ‘탕리거 릴리스’와 덴마크의 떠오르는 극단 ‘리퍼블리크’가 만든 음악극 ‘햄릿’은, 전통적인 연극처럼 텍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햄릿’의 장대한 이야기 중 핵심 골격을 21개의 시퀸스로 압축하고 각 시퀸스를 노래와 이미지로 이끌어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타이거 릴리스의 음악으로, 이미 지난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멀티미디어 음악극 ‘늙은 뱃사람의 노래’를 통해 독특한 비주얼과 중독성 강한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연출가 마틴 튤리니우스는 “‘햄릿’의 작품화를 결정하자마자 타이거 릴리스가 떠올랐다”면서,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 시적인 방법으로 아름다운 가사로 표현해내기에 타이거 릴리스 말고 누가 더 적법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초고음의 카스트라토 창법을 구사하는 타이거 릴리스의 보컬 마틴 자크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19곡의 곡과 가사를 만들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해설자이자 전지전능한 인물로 무대 위에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사와 독백을 가사로 차용하기도 하고, 작품 속 캐릭터의 심리를 묘사하는 노래를 더하기도 했다,
타이거 릴리스는 아코디온, 기타, 수자폰,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각 장면을 이끌어간다. 오필리어의 심정을 담은 처연한 발라드 ‘Alone’, 유명한 대사인 ‘죽느냐 사느냐’를 섬뜩한 카바레 음악으로 바꾼 ‘To Be or Not to Be’, 햄릿이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르는 ‘Worms’ 등 빛나는 음악들로 인간의 심연을 파고든다.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 마틴의 팔세토 음색은 “캐릭터의 광기와 결핍의 기피를 드러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햄릿 일가의 슬픈 자화상은 리퍼블리크 씨어터와 마틴 튤리니우스 연출이 창조한 아름답고 시적인 이미지를 통해 무대 위에 명징하게 그려진다. 강렬한 비주얼과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는 마틴은 2000년 덴마크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라우머트상 ‘베스트 뉴 드라마’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차례 라우머트상을 수상했다.
특히 ‘햄릿’의 영리하고 효과적인 무대 연출은 장면 장면마다 감탄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왕족들을 인형처럼 줄에 매달린 것으로 묘사하고, ‘오필리어의 죽음’ 장면에서는 무대 위에 투시된 거대한 강물이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키게 하고, 또한 햄릿과 거트루트가 다투는 장면에서는 무대 세트가 90도로 완전히 넘어지면서 두 사람을 쓰러뜨린다. 이 장면은 운명의 무게에 짓눌리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