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종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창작극 ‘함익’의 극본을 쓴 김은성 작가는 “‘함익’은 햄릿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새로운 플롯 안에서 햄릿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상한 러브 스토리”라면서, “마음의 병이 든 여성이 건강한 젊은 남성을 만나 꿈을 갖게 되지만 자꾸 어긋나고 슬픔으로 빠져들어간다. 거창하고 큰 이야기가 아니다. 되바라진 반역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3층 종합연습실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서울시극단이 이달 30일부터 오는 10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일 ‘함익’은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는 여자’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햄릿’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수극 햄릿의 심리와 고독, 특히 섬세한 여성성에 주목해 현재 서울에서 살아가는 재벌 2세 여교수 함익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주인공 ‘함익’은 마하그룹의 외동딸이자 대학교수로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고독한 복수심으로 병들어 있다. 자살한 엄마가 아버지와 새엄마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심을 20년 가까이 버리지 못한 채 복수와 일탈을 꿈꾸던 중, 연극청년 연우를 만나면서 ‘함익’의 내면은 조금씩 흔들린다.
김은성 작가/사진=심종대 기자
김은성 작가는 원작의 ‘햄릿’에다 크고 작은 행간의 숨어있는 의미를 더했다. 기본적인 가족구도와 인물관계를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성격과 역할을 새로 만들어내 부각시켰고, 주인공 ‘함익’의 심리적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김 작가는 “처음 ‘햄릿’의 번안 작업을 할 때 현대사회의 조직폭력배나 재벌가의 이야기로 가져오면 재미있을 것 같았으나, 대단한 착오라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플롯 자체가 너무 낡았다. 그러다 ‘희곡에 등장하지 않은 햄릿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햄릿은) 어느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주저하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햄릿이 가진 여성성에 주목하고 싶었다”면서, “거대한 복수 드라마를 걷어내고 햄릿의 심리에 주목해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하다보니 ‘여자 햄릿’이 탄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극단의 ‘함익’은 2016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인 서울시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이 연출을 , 주인공 ‘함익’은 서울시극단의 실력파 단원 최나라가, ‘함익의 분신’ 역은 이지연이 열연한다. ‘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흔드는 ‘연우’ 역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면서 활약 중인 윤나무가 함께 한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