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국립극단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프랑스 극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대표작 ‘로베르토 쥬코’를 오는 10월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출은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와 스위스 연출가 로랑조 말라게라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로베르토 쥬코’는 세상의 모든 폭력이 스며들어 있는 작품으로 불려지면서 현대사회의 타락, 모순, 자본주의에 토대한 난폭한 인간관계, 가족관계의 분열, 소통의 부재 등을 고발하고 있다. 실제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이탈리아의 연쇄살인마 로베르토 쥬코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는 초기 몇 년간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 폭력, 맹목적 살인을 현상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근저에 자리 잡은 인간의 폭력과 악을 근원적으로 다뤄 현대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단순히 살인의 상황을 묘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살인자와 피살자 사이의 관계, 군중 속에서의 독백을 통한 인간관계의 단절을 보여주면서 비극적 영웅의 보편적 모습을 담아냈다.
장과 로랑조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원작에 담겨 있는 광기, 폭력, 비극 뿐 아니라 유머, 부드러움, 경쾌함까지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희곡은 모두 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과 로랑조 연출은 이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장소들이 아주 간단한 요소만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로 즉각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7개의 ‘문’을 선택했다. 일곱 개의 문이 세워진 무대는 심플하면서도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사진제공/국립극단
배우들은 문을 드나들고, 문 뒤에 숨고, 문 위를 걷고, 문 앞에서 대화하면서 각기 다른 장소를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일곱 개의 문을 반원형으로 설치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얻었다.
부채꼴 모양의 운동 시설인 격벽장은 한 명의 간수가 모든 수감자들을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이 구조에 대한 역발상으로 마치 블랙홀과 같이 자기 주변의 모든 생명을 빨아드리는 쥬코를 중심에 두고 모든 희생자들을 불러 모으는 형태의 반원형 무대를 설치했다.
베르나르-마리 콜데스의 작품은 작가 사후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상연되고 있고, 1990년대 이래로 국외에서 작품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프랑스 작가로, 그는 반항적이며 무일푼인 도시의 주인공들을 통해 주변의 시각에서 현대사회에 가득한 불의와 폭력, 욕망을 자신만의 언어로 비판한다. 특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쓰인 현실의 어두운 모습들은 시적인 언어와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주인공인 ‘로베르토 쥬코’는 지난해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광기와 분노, 결핍을 가진 연산역을 맡았던 배우 백석광이 맡았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높은 산에 도전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늘려가듯 배우로서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극단은 국내 배우들과 해외 연출의 협업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고전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콜테스의 작품 세계와 문화적 배경이 깊이 있게 이해하는 연출을 통해 현대고전에 실험적, 현대적으로 접근하되 고전이 가진 근본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에서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일쑤인 세계 고전을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