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어필 한글 펀지첩/사진=심종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은 정조 임금이 쓴 16건의 문서로 이뤄진 첩이다. 이 중 2건은 정조 임금이 원손일 때 쓴 한문필적이고, 나머지 14건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이다.
특히 정조 임금이 원손 혹은 세손 시절부터 재위 시절에 쓴 것까지가 포함돼 있어, 성장 과정에 따른 정조의 한글 필체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에 아홉 번째로 실려 있는 이 자료는 정조 임금이 재위시절(정조 18년, 1793년)에 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로, 편지를 한데 모아 첩으로 만들다보니 편지 봉투와 편지지, 편지와 함께 보낸 물건의 목록(물목(物目)을 편지의 가에 붙힌 흔적을 볼 수 있다.
편지 봉투에는 ‘국동 홍 참판댁 전납 근봉’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서 ‘홍 참판’은 정조 임금의 외숙부인 홍낙인(1729-1777)을 말하고, ‘국동’은 오늘날의 안국동을 말한다. ‘근봉’은 ‘삼가 봉한다’라는 뜻으로 편지 봉투를 봉한 자리에 흔히 쓰는 말이다.
편지의 본문에는 섣달 추위에 외숙모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부족하나마 새해 선물 몇 가지를 보내니 잘 받으시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편지 말미에 적힌 ‘계측납월 념일’을 통해 이 펀지가 1793년(정조 18) 12월 20일에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편지와 함께 보낸 물목에는 ‘인삼, 쌀, 솜, 전복, 광어, 생대구, 청어, 꿩, 곶감, 새우알, 꿀’ 등을 각각 얼마씩 보냄을 적었다.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에 실린 제위 시절의 편지는 모두 8건으로, 이 중 12월에 보낸 4건에는 모두 물목 단자가 딸려 있다. 정조 임금이 해마다 외숙모에게 새해 선물을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