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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봉화군 ‘낙동정맥 트레일’ 1구간을 사랑하며 걷다...
문화

[여행]봉화군 ‘낙동정맥 트레일’ 1구간을 사랑하며 걷다.(2)

심종대 기자 입력 2016/10/12 16:34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송이축제, 달실마을 등을 걷다.



/지난호에 이어.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고는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공기도 맑고 적당히 흐린 날씨에 걷기 좋은 길을 걸어서 인지 문제없이 아침까지 잘 잤다. 다음 날인 9월 30일 아침, 식사를 위해 일찍 일어나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어 짐을 챙겨 다시 버스에 올라 최근 임시 개장을 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동했다. 이슬비가 조금 내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2011년 착공해 지난 9월 2일 임시 개원했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옥석산과 문수산 일대에 축구장 500배 크기인 5179㏊에 2200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수목원은 전시와 연구, 휴양 기능이 결합된 수목원이다. 정말 너무 커서 한눈이 조망이 되지 않는 규모이다.

구역은 크게 생태탐방지구와 중점조성지구로 나눈다. 생태탐방지구(4천973㏊)는 64㎞에 걸쳐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나는 멋진 수목원 안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나무와 풀들을 구경하면서 며칠 동안 이곳을 거닐 수 있는 꿈을 꾼다. 동물들이 뛰는 모습과 새가 날아가는 자태도 머릿속에 스친다.


그리고 중점조성지구(206㏊)는 해발 1500m 이상 극고산지대의 찬바람 불고 추운 날씨를 재현한 세계고산식물의 연구 및 전시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한랭실인 알파인하우스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알프스의 고랭지 자연을 이곳에 재생한 것이다.



여기에 인근의 자생식물의 생태적 가치와 산림유전자원 보전을 위한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국내외에 서식하는 진달래속 식물을 중심으로 수집 전시하는 진달래원, 백두대간을 상징하는 동물인 호랑이를 방사할 장소인 4.8㏊ 규모의 호랑이 숲이 마련되어 있다.


또 3만6000여㎡ 터에 전 세계 자작나무속 식물을 수집 전시한 자작나무원은 자작나무뿐 아니라 노각나무, 개벚지나무, 흰말채나무 등 독특한 수피를 감상할 수 있다. 농경지와 과수원이던 2만6000여㎡ 터에 벌개미취, 비비추, 패랭이 등 야생초를 심어 고산지역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한 야생화 언덕도 탐방객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밖에도 단풍식물원, 관상침엽수원, 암석원 등도 돌아볼 수 있다. 탐방객을 위해 산림치유지도사와 숲 해설가, 유아 숲 지도사, 교육전문가 등 해설가들을 수목원에 배치, 특화된 해설 교육, 현장 체험 위주의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약자에 한해서는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친환경 교통수단인 소형 전기차량 탑승이 가능하다. 운행은 평일 하루 3회(1차 오전 10시 30분, 2차 오후 1시 30분, 3차 오후 3시), 주말에는 하루 4차례(1차 오전 10시, 2차 오전 11시, 3차 오후 1시 30분, 4차 오후 3시) 다니며,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0명이다.



이후 수목원은 임시 개원 기간에 발생하는 운영 문제점 등을 보완한 뒤 내년에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사실 나는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수목원이 그냥 나무를 키우고 보호하는 역할만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1세기는 반드시 종자전쟁의 시대가 될 것 같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본격화되고 있는 종자산업의 시대에 이곳 수목원의 가장 큰 역할은 종자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시드뱅크(Seed Bank)’와 절대적으로 종자보존에 주력하는‘시드볼트(Seed Vault)’를 같이 운영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드뱅크는 자원화 이용과 연구목적에 따라 수시로 종자를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든 씨앗은행이라면, 시드볼트는 자연재해나 국가적인 재난으로 정부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종자를 반출하지 않고, 지진이나 핵폭발 같은 대재앙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지은 영구보존시설이다.


특히 이곳 수목원 지하벙커에 있는 시드볼트는 이미 세계적인 규모와 인력이 투입되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4년에 걸쳐 조성한 시드볼트는 지난 2014년 저장고 시설 설치 후 시운전을 거쳐 현재는 기증받고 수집한 종자 2만5000여점을 저장중이다.



‘한국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시드볼트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지역 산림식물자원을 보전할 목적으로 조성한 종자영구저장시설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설립된 아시아 최대 종자저장시설이다.


깊이 40m, 터널길이 127m, 저장고 2개동 등을 갖춘 지하터널로 조성됐고 저장고 내부는 외부 온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영하 20℃, 상대습도 40%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시설로 설계되었고, 자가발전기와 내부공조기 등 체계적인 시설과 장비를 통해 연중무휴로 가동되고 있다.


한편 지상 연구동에는 종자 이미지 구축, 활력 검정, 생리 탐색 등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10개의 종자연구 관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종자 정선실, 포장작업실, 전자현미경실, X-ray실, 발아실험실 등의 첨단 실험실과 단기 중기 저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울러 내년 수목원 정식 개원에 맞춰 올해 말까지 종자는 총 4만점을 입고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3년까지 30만점, 최종적으로 200만점 입고를 목표로 세계 최고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우리들은 초입의 방문자센터1~2층과 도보로 입장이 허락된 공간인 입구 주변의 어린이 정원, 자원식물원을 가랑비를 맞으면서 살펴보고 나왔다. 아직 미완성의 수목원이지만, 장대한 규모와 식물의 종류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년 꽃이 만발한 시절에 정식으로 개장을 하면 과히 대단한 시설이 될 것 같다.


이어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봉성면에 있는 ‘봉화목재문화체험장’이다. 지난 2011년에 완공된 체험장은 2층 건물 전체를 나무로 지은 체험관과 내부에 목공실, 공구실, 자재실, 목재도서관,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학습관, 카페 등의 시설도 있다.


주변에 삼림욕장, 자생식물단지, 야외교육장, 어린이 놀이시설, 잔디광장, 연못, 전망대 등도 있어 아이들이 놀며 즐길 수 있는 학습장이다. 봉화군은 원래 최고의 춘양목의 산지로 이곳 목재문화체험장은 선조들의 목재문화, 우리 생활 속 목재의 쓰임새, 목재의 생산과정, 목재의 종류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춘양목의 우수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홍보영상실과 목재도서관이 있어 좋다. 야외에 있는 삼림욕장을 산책하면 너무 신나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목재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와 생활 공예품, 놀이기구, 학급도구를 직접 만들면서 느끼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우리의 생활 속에 목재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우선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나이든 나무는 목재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목재연료는 대기 중의 탄소 증가를 막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목재사용은 공해배출 요인이 적고, 재생산이 가능하며, 다른 천연자원에 비해 환경파괴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나는 체험장에서 나무의 자연스러운 무늬에 감동했고, 거부감 없는 접촉감에도 놀랐다.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과 전체를 나무로 만든 집 실내에서 걷는 편안한 느낌도 맛보았다. 여기에 목재를 두들길 때 나는 청량감에 반했다.


아무튼 재미난 곳에서 목재로 된 함과 상자 만들기 체험을 했고, 잘 몰랐던 나무의 수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과에 정말 많은 사촌나무들이 있음에 놀랐다. 기존에 알던 박달나무, 서어나무 이외에도 개암나무, 소사나무, 좀고채목, 오리나무, 물오리나무, 물박달나무가 자작나무과에 속했다. 이래서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느낀다.


아울러 이곳 체험장에서는 생활목공지도사양성교육도 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번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들에게는 목공예체험을 청소년들에게는 직업체험을 성인들에게는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봉화송이축제’가 열리고 있는 내성천 변의 행사장 주변으로 이동해 송이밥으로 식사를 했다. 아무래도 송이버섯이 많이 출하되는 계절이라 그런지 맛도 좋고, 반찬도 정갈하여 맛나게 먹었다. 정말 좋은 송이가 주는 향은 오래간다. 저녁때까지 입속에 송이향이 맴돈다.


이제부터는 송이축제 행사장으로 가본다. 벌써 20회를 맞고 있는 봉화송이축제는 행사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부대행사도 여러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원래부터 봉화가 전통을 자랑하던 ‘청량문화제’를 비롯해. 조선의 청백리이며, 춘양전의 주인공인 ‘계서 성이성 문화제’ ‘봉화한약우축제’ 등을 같이 자리에서 함께 열고 있었다.


이곳에서 봉화가 자랑하는 송이, 사과는 물론, 한우 등을 만날 수 있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시 및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농특산물도 전시되어 있어 구매를 하거나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송이축제행사 주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을 잠시 보다가, 춘양전 생각이 나서 계서 성이성 문화제 행사 부스에서 과거급제와 암행어사 되어보기 행사에 참가해 교지와 마패를 받았다. 내가 어사가 된 기분이다. 영주 후배이고 서예가인 원종석씨가 멋지게 교지를 써서 전달해주어 감사했다.



송이축제에서는 송이채취체험도 신청하면 가능하고, 음악, 연극 공연, 마라톤대회, 씨름왕 선발전, 에어로빅체조대회, 한시백일장, 삼계줄다리기재현행사, 보부상행렬 시연 등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송이도 보고 먹고, 각종 행사도 즐기면서 봉화를 잠시 거닐었다.


이제 다시 버스를 타고 석천계곡과 석천정사를 둘러보고 달실마을 청암정으로 가보자. ‘석천계곡(石泉溪谷)’은 봉화읍 유곡리와 삼계리에 있는 계곡으로 태백산에서 발원한 물이 응방산과 옥적봉을 지나 유곡리에 이르러 발달한 계곡이다.


나지막한 산세 때문에 골이 깊지 않고 폭이 넓으며 계곡물 또한 깊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한 피서지로 적합하다. 계곡에는 충재 권벌의 후손인 청암 권동보가 선조 때 벼슬을 사양하고 고향에 돌아와 전원의 계곡 위에 조상의 뜻을 계승한 ‘석천정사(石泉精舍)’를 짓고 산수를 즐기면서 여생을 보낸 곳이 있다.


계곡과 잘 어울리는 정사의 모습을 보니 무척 좋다. 며칠 동안 비가 와서 계곡물이 넘치는 것이 더 좋구나! 이런 곳에 정자를 지어 말년에 공부를 하면서 시를 쓰고, 편안하게 살았을 것 같은 청암을 생각하며 잠시 주변을 거닐었다.



사실 달실마을의 주인공은 우찬성을 지낸 충정공(忠定公) 충재(齋) 권벌(權)이다. 충재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과거에 2등으로 합격한 방안랑(榜眼郞)으로 어린 명종이 즉위하자 원상(院相)에 임명됐다. 1547년(명종 2)에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된 죄로 구례에 유배된 후, 삭주에 이배되어 배소에서 죽었다. 선조 초에 신원되고, 봉화의 삼계서원에 배향되었다. 문집에 ‘충재집’이 있다.


충재는 중종임금시대에 집 앞에 ‘청암정(靑巖亭)’을 지어 세상과 한동안 단절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을 앞, 동에서 서로 흐르는 작은 시내인 신탄으로부터 냇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 중앙에는 거북이 모양의 넓은 바위가 있고, 이 바위 위에 정자를 세우고 연못가 뭍에 별당을 세웠다. 청암정 암반과 별당 앞 못가에는 다리를 놓아 건너다닌다.


청암정은 드라마나 영화에도 너무 많이 소개된 봉화의 명소인데, 요즘은 관리차원에서 일반인의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충재박물관과 청암정을 둘러본 우리들은 충재 선생의 19대 후손인 권용철 종손에게 차 한 잔을 대접 받으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 학예사 출신으로 한문학 전공자인 권씨는 2개월 전에 부친상을 당했고, 부친의 권유로 연전에 낙향해 지금은 종택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현재 “청암정은 지나치게 방문객이 많아 한동안 입장금지를 시켰다가 최근에 예약된 몇몇 사람만 입장시킨다”고 했다. 2015년 연말에 “달실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문화재의 내재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교육 문화 체험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굴하고 문화유산 관광자원을 육성하는 문화재청 주관 ‘생생문화재 공모사업’에 선정돼 한동안 청소년대상사업을 했다”고 한다.


올해도 내년 공모를 준비하고 있고, 공모가 선정이 되면 “달실마을을 배경으로 ‘황금닭의 포근함 속에서’라는 주제로 문화재를 활용한 1박2일의 가족단위 전통문화체험과 지역주민에게 우리 지역 문화재 가치를 알려주는 체험교육 집중육성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콘텐츠 발굴 및 개발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외부에 닭실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사실 주민들의 오랜 습관과 발음상 달실마을이 맞다”면서, “앞으로는 제발 봉화읍의 달실마을로 표기해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아무튼 종손과 함께 청암정에 올라 차를 한잔하고 나니, 조선 선비의 숨결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1박 2일의 짧은 봉화여행이었다. 산길을 따라 트레킹도 하고, 수목원도 보고, 목재체험장도 보고, 송이축제장도 한과가 유명한 반촌인 달실마을도 둘러보았다. 너무 좋았다. 조만간 다시 봉화에 오게 되면 세계최남단 열목어서식지인 백천계곡과 청옥산자연휴양림, 조선시대 태백산 사고가 있던 각화사, 퇴계 선생이 자주 방문했다는 청량산과 청량사, 봉성면의 봉화향교, 오전약수와 바래미마을 등도 거닐어보고 싶다.


글.사진제공/김수종 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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