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종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시대 속에 잊힌 천재작가 함세덕의 첫 희곡 '산허구리'가 고선웅 연출에 의해 오는 31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근현대 희곡을 통해 근대를 조명하면서, 동시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고,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로 지난해 오영진 작.김광보 연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김우진 작.박정희 연출의 '이영녀', 유치진 작.김철리 연출의 '토막', 올해 이근삼 작.서충식 연출의 '국물 있사옵니다', 김영수 작.윤광진 연출의 '혈맥'이 공연된 바 있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산허구리’는 함세덕 작가가 1936년 '조선문학'을 통해 21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작품으로,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궁핍한 현실을 사실적인 내용으로 고발하면서, 또한 당시 참담한 사회상과 시대 모순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현실을 극복하자는 의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우리의 정체성을 현재와 과거로 분리할 수 없다. 과거로부터 정체성을 찾아보는 시간으로 마련했다.”면서, “근대극의 큰 흐름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근대극의 메인 스트림은 사실주의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라 본다”면서 사실주의 발전을 토대로 작품을 선정하게 됐다며 작품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예술감독은 이어 “김우진, 유치진, 오영진, 오늘 선보인 함세덕 등 거대한 극작가들의 큰 바위는 오늘날에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근대극의 천재작가들이 많다”면서, “함세덕 작가가 21살 때 이 작품을 썼다. 극적인 상황, 전개, 인물의 언어나 성격 창조 등 어느 하나 뚜렷하지 않은 게 없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연극 '산허구리'의 한 장면/사진=심종대 기자
김 예술감독은 또 “함세덕의 이 작품은 걸작으로 향한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본격적으로 연극을 사랑하시는 관객 전체를 대상으로 제작한 것은 처음이어서 발굴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에는 내용으로 이 부분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원작에선 맨 끝에 윤첨지(정재진)가 ‘자네 한 잔 쭉 들이키고 수염 닦는 듯이. 어서 초상 준비나 하게. 상엿집에 휑하니 다녀올 테니’라고 말하면서 막이 내린다”면서, “그대로 막을 내리면 정리를 못하고 마음만 심란해져서 추가 장면을 넣게 됐다. 복조(임영준)가 아무리 생각해도 실성하신 어머니(김용선)의 눈에 보여야 할 것 같아 마지막 장면을 넣었다”고 밝혔다.
김 예술감독은 “연습장에서 가끔 고선웅 연출이 우는 것을 봤다”면서, “40년 넘게 연극판에 있었지만, 연습장에서 연출이 우는 것을 처음 봤다”면서, “배우들을 지휘하는 연출자가 울고, 오늘도 뒤에서 보니 훌쭉훌쭉한 것이 감기 걸린 줄 알았다.”고 말하자, 고 연출은 “호르몬이 바뀌는 것 같다”면서 웃어보였다.
김 예술감독은 고선웅 연출에 대해 “그게 장점인 것 같다. 연극이 그리는 세계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있다. 인물이 겪는 픽션의 고통을 실제처럼 느끼는데, 그 아픔을 공유하는 마음이 고선웅 연극의 장점으로, 이 작품으로도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 고 연출은 “석이(박재철)가 ‘왜 그런지 생각해볼 테야. 긴긴밤 계속 조개 잡으며, 신작로 오가는 길에 생각해볼 테야’라는 대사 때문이었다”면서, “어린애의 자아로 우리는 왜 울고불고 생각하는가. 일제시대 궁핍한 삶을 살아야 하는 깨달음이라고 봤고, 또한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실천이나 행동은 언급이 없다. 과연 생각한 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를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 더 좋고 행복한 인생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