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연극 ‘고모를 찾습니다’가 다음달 2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예술의전당 브랜드 ‘SAC CUBE’ 2인극 레퍼토리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별무리’ ‘수상한 수업’, 2015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가 공연 된 바 있다.
‘고모를 찾습니다’는 캐나다의 국민작가로, 심각한 정치 또는 사회 문제들보다 삶의 사소한 문제들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선보이면서 ‘유쾌한 허무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무엘 베케트의 정서를 품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신선한 접근이 특징이다.
이번에 국내에 초연되는 ‘고모를 찾습니다’는 1996년 발표된 후 전 세계 26개국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30년간 연락이 닿지 않은 조카 ‘켐프’가 고모 ‘그레이스’로부터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편지를 받고, 고모를 만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연극으로 ‘켐프’의 독백과 ‘그레이스’의 침묵이 상호작용한다.
‘고모를 찾습니다’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 스코필드홀에서 열렸다.
구태환 연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 대사도 “이번 캐나다 연극이 다음 달부터 한국에 가장 권위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어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본다”면서, “한국 관객들은 외국 희곡 작품도 보셨겠지만, 캐나다 작품을 만날 기회는 많이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것은 저희로도 의미가 깊은 일로, 이 작품을 통해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예술 협력관계가 굳건해지고, 더 많은 캐나다 작품이 한국 관객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연출은 구태환 연출이 맡았다. 그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연출과 연기자의 해석에 따라 크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총 36개로 많은 장면이 연결됐다”면서,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친척일 수 있는 고모를 다뤘다. 우리 사회에선 이모가 더 친숙할 수 있지만, 고모의 임종을 기다리는 모습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임종’이다. 특별히 작품의 제목이 ‘고모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바귄 이이유에 대해 구태환 연출은 “원작의 제목은 ‘비질(Vigil):임종’”이라면서, “(이 작품은) 고모가 준 편지를 받고, 30년 만에 고모를 찾는 내용으로, 모리스 패니치 작가는 많은 가족과 친척이 있을 텐데 왜 조카에게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했다. 가족이 해체되고, 고립화된 모습의 단면을 두 배우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고모’일 것 같았다. 우리는 이모나 엄마와 같은 ‘모계사회’에 의해 길러지는 전통이 있다. 서양도 마찬가지일 텐데 고모는 멀리 있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일 수도 있다. 고모의 자식이 있을 수도 있다.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조카가 고모의 임종을 맞이한다는 자체가 시사하는 것이 크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배우 정영숙
이 공연의 특성상 무언 연기를 해야하는 정영숙 배우는 “평소에 무언 연기를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치고 나니 힘들었다. TV나 영화에선 내가 없을 땐 연기가 안 보이는데, 무대에서 한 번도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다 보니 고민이 많다”면서, “작품에 푹 빠져서 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 지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2인극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한정된 시간에 나를 다 던져서 만들어야 하는 연기의 참모습이 있어서, 연기자가 습관적으로 하는 연기에서 한 번 몸을 던져 훈련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면서, “나도 나이가 있는 만큼 한 번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2인극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면서, “작품을 우선 결정하기 전에 대본을 봤다. ‘어어어’ 하면서 전개가 되다가, 반전이 확 나오는 탄탄한 내용이 있어서 작품성이 보여 서 하게 됐다”고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하성광은 ‘켐프’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에 대해 “‘켐프’는 성격적인 결함을 다채롭게 갖고 있다.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내 안에 그런 면이 조금씩 남아있고, 겹쳐지는 부분도 많다. 그것을 극대화하는 순서를 거치는 게 연습 과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하성광
그는 이어 “‘켐프’가 말이 매우 많다. 듣고자 하는 자와 말하고 하는 자가 만나는 것 같아서, 그것만 뚫어내면 별문제 없을 것 같다”면서, “왜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지를 찾아낸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에 있어 소품의 중요성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구태환 연출은 “소품의 연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소품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씀 못 드리지만, 유학 시절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정년으로 퇴임하신 지도교수님 찾아뵈러 가면 노년의 주거환경을 볼 수 있다.”면서, “인생을 거듭해와서 수십 년 정도 퇴적된 물건들이 있다. 여기서 퇴적은 더러운 의미가 아니다. 그런 것이 무대에 어떻게 구현될지 보여주려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작품의 주제는 ‘죽음’임에도 웃음으로 치환한다. 이에 대해 배우 정영숙은 “희망을 품었기 때문에, 죽음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쪽”이라면서, “아픔도 순응해야 하고, 죽음도 겪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시아버님도 모셔보고 친정아버지 돌아가시는 것도 봤는데 살다가 없어지는 게 죽음이었다.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 대신 희망을 품어서, 나도 죽으니 대비를 하면서 산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관객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구태환 연출은 “항상 작품을 하면서, 연극은 우리 사회를 투영해서 보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작품이 단순히 문학적 의미로 한정 짓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재의 모습과 같다고 봤다. 이 작품을 거울삼아 우리의 문제를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에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